“막 태어난 신생아, 사실은 27년간 살아있었습니다”

목요화제

1992년 냉동 보관, 25년후 배아 이식 임신

동일일 기부 배아로 첫째 딸이어 둘째 성공

“냉동 기간 오래됐다고 이식성공률 낮지않아”


지난 10월말 세상에 나온 신생아 ‘몰리 깁슨’은 실제론 지난 27년 동안 살아있었다. 정자와 난자가 결합해 세포분열을 마친 배아 상태로 얼려져 있었던 ‘생명체’ 몰리는 한 여성의 자궁에 이식됐고, 세상에 태어났다.

미국의 한 불임부부가 27년 된 냉동배아로 건강한 딸을 얻었다. 1일 CNN은 테네시주에 사는 벤저민 깁슨(36)과 티나 깁슨(29) 부부가 27년 넘게 냉동상태로 보관돼 있던 배아로 몸무게 3.2㎏의 건강한 여아를 출산했다고 보도했다.

배아는 깁슨 부부가 지난 2017년 얻은 첫째 딸 엠마와 같은 기증자의 것으로 1992년 냉동됐다. 전세계에서 출산까지 이어진 냉동배아 중 보관기간이 가장 오래됐다.

2010년 결혼 후 남편 문제로 자연임신이 어려웠던 부부는 2017년 냉동배아 이식으로 첫째 딸 엠마를 낳았다. 미 국립배아기증센터(NEDC)는 1992년 10월 14일 냉동시킨 배아를 2017년 3월 13일 해동시킨 후 이틀 뒤 티나의 자궁에 이식했다. 그해 11월 25일 태어난 엠마는 냉동배아에서 태어난 아기 중 배아로 보존된 기간이 가장 긴 것으로 기록됐다.

당시 언론들은 1991년 4월생으로 임신 당시 25살이었던 엄마 티나와 딸 엠마가 겨우 1살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이후 엠마 양육에 전념하던 부부는 올해 초 국립배아기증센터를 다시 찾아갔다. 엠마에게 동생을 만들어주고 싶어서였다. 기증센터 태아연구소장 캐럴 소머펠트 박사는 올해 2월 10일 지난번과 동일한 기증자의 냉동배아를 해동 시켜 티나의 자궁에 이식했다. 그리고 지난 10월 26일, 부부는 냉동배아를 이용해 또 한 번 둘째 딸 몰리를 얻었다.

몰리는 한날한시 수정된 배아에서 태어났다는 점에서 언니와 쌍둥이지만, 출생 시기만으로는 언니와 3년 터울이 진다. 두 명 모두 부부 핏줄은 아니지만 유전적으로는 자매 관계인 셈이다.

다만 동결보존 기간이 27년으로 훨씬 긴 몰리가 세계 최장보관 냉동배아 출산아 자리를 대신하게 됐다.

24년 된 냉동배아에서 첫째 딸을 얻은 데 이어, 같은 기증자의 27년 된 냉동배아로 둘째 딸을 얻은 깁슨 부부는 “딸이 둘이나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며 감격스러워했다

키넌 소장은 “배아의 냉동 시점이 오래됐다고 해서 이식 성공률이 낮아지는 건 아니다”며 “엠마와 몰리의 탄생은 오래된 배아라고 함부로 버려서는 안 된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냉동 배아 입양

‘눈송이 아기’(스노베이비·snow baby)라고도 불리는 냉동배아 착상률은 25~30% 수준이다. 통상 난임 부부가 임신에 성공한 뒤 나중을 위해 보관해두는 배아는 가족계획에 따라 더 필요가 없어지면 다른 부부를 위해 기증하기도 한다. 특히 최근에는 냉동배아도 생명이라 여기고 ‘입양’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가격은 천차만별. 깁슨 부부는 첫째 아이인 엠마의 배아를 입양하기 위해 1만2500달러의 비용을 NEDC에 지불했다.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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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동 배아 이식으로 첫째 딸(아래 오른쪽) 이어 둘째 딸(아래 왼쪽)까지 얻은 깁슨 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