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세 최고조 한인 가정들 감염 불안 연말 가족모임 줄줄이 취소

뉴스포커스

"섭섭하고 외롭지만 '가족 건강'이 우선"
악성 전염병이 만든 삭막한 크리스마스

#직장인 김모씨(32·LA)는 이번 크리스마스에 '나홀로 집에' 신세가 됐다. 이번 성탄절 연휴에 샌디에고에 거주하는 부모님과 여동생 부부를 방문할 계획이었지만 김씨의 어머니는 그의 방문을 한사코 말렸다. 최근 김씨가 근무하는 회사에서 감염자가 2명이나 나왔기 때문이다. 그는 "이제 막 한살이 된 조카와 연세가 지긋한 부모님이 걱정되서 이번 크리스마스엔 혼자 집에서 배달 음식을 먹게될 것 같다"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세리토스에 사는 염모(60·여)씨는 올해 연말 가족 모임을 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따라 LA에 사는 큰 딸 부부, 타주에서 직장에 다니는 작은 딸 등 모두 따로따로 성탄절 연휴를 지내게 됐다. 또한 LA 노인아파트에 사는 친정 아버님(88세)도 코로나 감염 불안 때문에 자녀, 손주들과 직접 만나는 게 찜찜하다며 내년 초에 사정을 봐서 찾아뵙기로 했다. 염씨는 "섭섭하지만 모두의 건강이 우선이란 생각에 딸 들도 동의했다"며 "전염병이 연말 가족 모임 문화까지 망가뜨리고 있는 것 같아 마음 아프다"고 말했다.

최근 LA카운티 내 코로나19 확산세가 점점 더 악화되면서 크리스마스 등 연말 가족 모임도 거의 취소되는 분위기다.

LA카운티 보건당국에 따르면 현재 카운티 내 인구 80명 중 1명 꼴로 코로나19에 감염됐다. 감염 위험이 최고조에 도달하면서 코로나19로부터 사랑하는 가족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가족 모임 취소'라는 용단을 내리고 있는 것이다.

# LA 다운타운에 거주하는 박모씨(31)는 매년 크리스마스 연휴가 기다려진다. 1년에 딱 한번 부모님을 찾아뵙기 위해 한국을 방문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뉴욕에서 대학을 다니는 남동생 역시 이때 함께 한국에 들어가 가족 모임을 갖곤 했는데 올해는 그럴 수가 없게 됐다. 박씨는 "미국은 물론 한국도 팬데믹 상황 때문에 만날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코로나가 1년에 한번 안겨다주던 가족 상봉의 행복까지 앗아갔다"고 아쉬워했다.

# 와이오밍에서 군 생활을 하고있는 이모씨(30)는 이번 크리스마스에 발이 묶였다. LA 카운티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풀러튼에 거주하는 가족들이 이씨에게 절대 집에 오지 말라고 신신당부 한 것이다. 이씨의 아버지는 "비행기에서도 감염이 많이 된다더라"며 "그냥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전화통화로 대신하자"고 말했다. 이씨는 "두 동생들과 부모님이 너무 보고싶다"고 하소연 했다.

#다우니에 거주하는 강모씨(50)는 결국 올해 크리스마스 가족모임을 취소했다. 응급병동에서 간호사로 근무하는 여동생이 올해는 서로 보지말자고 강력하게 제안한 것. 강씨는 "부모님이 평소 기관지가 약해서 코로나 이후 거의 집에만 계시는데 모두의 건강을 위해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만나지 않기로 했다"며 "직접 찾아뵐 수 없어서 부모님 크리스마스 선물을 집으로 배달해 아쉬운 마음을 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가져다준 2020년 크리스마스는 왠지 삭막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