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의료진·고위험군 먼저" vs "백신 신뢰도 높이려는 조처"

(서울=연합뉴스) 홍준석 기자 =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고위험군에 속하지 않는 젊은 의원들까지 백신을 먼저 맞기 위해 '새치기'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일한 오마(38) 하원의원은 지난 20일 트위터로 "나이가 지긋하다면 모르겠지만, (백신 새치기는) 중요하고 부끄러운 일"이라면서 "의원보다 일선에서 매일 희생하는 의료진, 교사들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일간 USA투데이가 22일 보도했다.

오마 의원은 "백신을 가장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먼저 접종해야 한다"면서 "이것이 내가 (아직)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이유"라고 덧붙였다.

낸시 메이스(43) 공화당 하원의원 당선인은 "의원들이 백신 접종 최전선에 나서면 안 된다"면서 "백신 물량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일선 의료 종사자와 고령층 등 고위험군이 백신을 먼저 맞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화당 랜드 폴(57) 상원의원도 이미 백신을 맞은 민주당 소장파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31) 하원의원을 공개 저격했다.

폴 의원은 전날 트위터로 "의료 종사자와 고령층보다 코로나19 백신을 먼저 맞는 것은 부적절한 처사"라면서 "오카시오-코르테스 의원 같이 젊고 건강한 사람들은 처음이 아니라 마지막 차례여야 한다"고 비판했다.

지난 20일 코로나19 백신을 맞는 모습을 인스타그램에서 공개했던 오카시오-코르테스는 의원들이 먼저 접종할 필요성을 피력하면서 반박에 나섰다.

그는 이날 트위터에 "백신 관련 허위정보에 맞서기 위해 직접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끼고 있다"면서 "의원들이 시민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맞섰다.

그는 또 "시민들이 과학을 불신하도록 만드는 데 공화당이 시간을 허비하지 않았다면 직접 백신을 맞으면서까지 접종을 장려할 필요는 없었다"면서 "우리 직무는 백신을 정치화하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보건 전문가들은 정부 고위관리들이 백신을 맞음으로써 국민들이 백신을 믿을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USA투데이와 서퍽대가 지난 16∼20일 유권자 1천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46%가 최대한 빨리 백신을 접종하길 희망한다고 응답했으며, 32%는 다른 사람들이 접종할 때까지 경과를 지켜보겠다고 답변했다.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80) 하원의장과 미치 매코널(78)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등 고위험군에 속하는 원로 의원들 외에도 일부 젊은 의원들도 이미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마쳤다고 신문은 전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61),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78), 앤서니 파우치(79) 국립 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NIAID) 소장 등도 공개적으로 백신을 접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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