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로남불이란 비난에 "사퇴 하겠다"

(시카고=연합뉴스) 김현 통신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와중에 화려한 '스카프 패션'으로 눈길을 모았던 데비 벅스(64) 미국 백악관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조정관이 22일(현지시간) 돌연 사퇴 카드를 꺼내들었다.

지난 추수감사절(Thanksgiving Day) 연휴에 "같은 집에 살고 있는 이들하고만 시간을 보내야 한다"며 가족 모임 자제를 당부해놓고 정작 본인은 델라웨어 주 대서양 연안의 펜윅 섬 별장에 3대가 모여 함께 식사를 즐긴 사실이 AP통신의 보도로 뒤늦게 알려져 '내로남불'이라는 비난을 산 지 이틀 만이다.

벅스 조정관은 22일 동영상 뉴스 매체 '뉴지'(Newsy)와의 인터뷰에서 비난받는 일이 다소 힘겨웠다며 "은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는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 측이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 나를 필요로 한다면 기꺼이 돕겠다. 어떤 역할이든 내게 맡겨진 일을 하고, 그 다음 사퇴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인 사퇴 시점은 언급하지 않았다.

벅스 조정관은 AP 보도가 나간 후 추수감사절 연휴에 델라웨어 별장에서 딸·사위·손주들과 함께 한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그는 "추수감사절을 기념하는 것이 목적은 아니었다. 별장 매각을 고려 중이어서 겨울이 오기 전 월동 준비를 갖춰 놓기 위해 갔던 것"이라며 "추수감사절 연휴 전에는 일정이 바빠 가볼 수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별장에 약 50시간 정도 머물렀으나 온가족이 함께 식사한 것은 단 한 차례 뿐이었다"면서 "각각 다른 집에 살지만 모두가 직계 가족"이라고 부연했다.

미국 연방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추수감사절 이후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에 이동을 자제하고, 모임과 실내 활동을 피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CDC는 두 주 이상 한 집에서 계속 같이 생활한 가족이 아니면, 대학에 있다가 연휴를 맞아 집으로 돌아오는 자녀도 별도 가구로 간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감염 내과 전문의인 벅스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에이즈 확산을 막기 위한 대통령 긴급계획(PEPFAR)을 총괄했고 2014년부터 지난 2월까지 미 국무부에서 글로벌 에이즈 퇴치 조정관으로 일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 발발 이후 백악관 TF 조정관에 임명돼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 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장과 함께 코로나19 상황 및 대응 관련 브리핑을 주도해왔다.

chicagor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