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백신 접종은 480만회로 늘어…요양시설 접종 특히 더뎌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정성호 특파원 = 미국 일각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투약량을 절반으로 줄이는 방안이 거론되는 가운데 5일(현지시간)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이 이에 대해 과학적 근거가 없다며 일축했다.

파우치 소장은 이날 온라인 행사에서 "1회 접종분을 더 많은 사람에게 주고, 2회차 접종 때까지 과학이 우리에게 정확한 간격이라고 말하는 21일 또는 28일을 기다리는 대신 석 달, 어쩌면 넉 달을 가는 것을 입증하는 임상시험상 과학적 근거는 정말로 없다"고 말했다고 CNN 방송이 보도했다.

파우치 소장은 "그것은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고, 우리는 우리가 가진 과학적 데이터에 근거해 모든 결정을 내리는 것을 선호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파우치 소장은 "그것을 지지할 과학적 근거는 없다"면서도 "그게 효과가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증명할 좋은 과학적 데이터를 갖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파우치 소장의 발언은 모더나 백신의 투약량을 절반으로 줄여 접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미 행정부 코로나19 백신 개발 프로그램 '초고속 작전'의 몬세프 슬라위 최고책임자의 발언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슬라위 최고책임자는 지난 3일 18∼55세 성인을 대상으로 한 모더나 백신 임상 시험에서 50㎍(1㎍은 100만분의 1g) 용량의 백신을 2회 접종받은 사람들이 적정 투여량으로 알려진 100㎍을 2회 맞은 사람과 비슷한 중화항체(병원체가 신체에 침투했을 때 그 영향을 중화해 세포를 방어하는 항체) 반응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처럼 백신 투약량을 반으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기 위해 식품의약국(FDA)이 이번 주 만난다고 밝힌 바 있다.

FDA도 4일 성명을 내고 "접종 횟수 또는 양을 줄이거나 1회차와 2회차 접종 간격을 늘리는 방안, (서로 다른) 백신을 조합해 맞추는 방안 등은 임상시험을 해볼 만한 사안"이라면서도 "현 시점에서 FDA가 승인한 접종량과 일정 등을 바꾸는 것은 가용한 근거에 확고히 기반하지 않은 행위로 성급하다"라고 밝혔다.

한편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5일 오전 9시까지 미국에서는 화이자와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 1천702만575회 접종분이 배포됐고 이 중 약 28%인 483만6천469회분이 실제 접종된 것으로 집계됐다.

CNN은 4일 배포분 중 접종된 비율이 30%, 그 전 주말에는 33%였다는 점을 들어 백신 접종의 속도가 계속 느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장기 요양시설의 경우 배포된 326만여회분 중 13%인 42만9천여회분만 접종돼 더 속도가 더딘 상황이다.

sisyph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