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도 아껴 써라"…입원환자는 12만8천명으로 또 최대치 경신

LA카운티, 코로나로 15분에 1명꼴 사망…일부지역선 연말모임 여파 가시화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정성호 특파원 =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점점 악화하며 일부 구급요원들에게는 살 가망이 거의 없는 환자는 병원으로 이송하지 말라는 지침이 내려졌다.

병실 등 의료 자원이 부족해지자 환자를 선별해 받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도 미국의 코로나19 입원 환자는 또다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후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상황은 악화를 거듭하고 있다.

CNN 방송은 5일(현지시간) 코로나19 추적 프로젝트를 인용해 4일 기준 미국의 코로나19 입원 환자가 12만8천210명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입원 환자 수는 통상 사망자 수를 점쳐볼 수 있는 선행지표로 여겨지는데 미국에서는 한 달 넘게 입원 환자가 10만명을 넘은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카운티의 응급의료서비스(EMS)실은 구급대원들에게 생존 가능성이 거의 없는 환자는 병원으로 이송하지 말고 산소를 아껴 쓰라는 지침을 내렸다고 CNN은 전했다.

호흡이나 맥박이 없는 환자에 대해서는 구급대원들이 최소 20분간 심폐소생술을 시도한 뒤 그래도 회복하지 않으면 병원으로 이송하지 말도록 한 것이다.

또 산소포화도가 90% 이하로 떨어진 환자에 대해서만 산소호흡기를 쓰도록 했다.

병상·의료 자원의 부족 때문이다.

EMS측은 병원들이 포화 상태가 되면서 많은 병원이 생존 가능성이 없는 환자를 수용할 공간이 없다고 밝혔다.

또 병원으로 옮겨진 환자도 병상이 날 때까지 몇 시간씩 대기해야 하는 실정이다.

LA 소방서의 EMS 대장 마크 에크스틴 박사는 "우리의 가장 큰 도전 중 하나는 구급차를 응급실에서 나오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송한 환자를 응급실에 인계하려면 환자를 눕힐 침대가 있어야 하는데 이 침대가 부족해 그러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911 신고가 와도 출동할 구급차가 모자라 관리들은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911 신고를 자제하라고 주민들에게 당부하고 있다.

LA카운티는 여러 주째 코로나19와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30일 약 40만명이었던 신규 감염자는 지난 2일 2배인 80만명 이상으로 급증했다.

감염자의 급증은 입원 환자의 홍수로 이어졌고, 일부 병원에선 중환자실(ICU)이 동이 난 상황이다. 이 카운티의 코로나19 입원 환자는 7천600여명에 달하며 그중 21%가 중환자실에 있다.

LA카운티 슈퍼바이저 힐다 솔리스는 "병원들은 '내부 재난'을 선포하면서 교회 체육관을 병동으로 써야 하는 처지"라며 현재 상황을 "인재"라고 불렀다.

또 이 카운티에서는 15분마다 1명씩 코로나19로 사망하고 있다고 카운티 공중보건국장 바버라 퍼러는 말했다. 이 카운티의 양성 판정 비율은 약 20%까지 올라간 상황이다.

퍼러 국장은 "연휴와 신년 전야 파티, 귀가한 여행자들의 여파로 감염자 수는 수 주간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팬데믹 전체를 통틀어 우리가 마주한 최악의 상황을 1월에 경험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일요일인 지난 3일 항공 여행객은 팬데믹 후 최대치를 또다시 경신했다.

미 교통안전청(TSA)에 따르면 이날 공항 검색대를 통과한 인원은 132만7천289명으로 종전 최고치였던 지난달 27일의 128만4천여명을 넘어섰다.

일부 지역에서는 연말 여행·모임의 여파가 서서히 가시화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테이트 리브스 미시시피 주지사는 지난 주말 중환자실의 코로나19 환자가 가장 많았다며 연말 모임으로 인한 확산과 보고 지연 등이 맞물리며 감염자 수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는 4일 최근의 사교 모임들에 이어진 감염자 급증이 있었다고 말했다.

미 존스홉킨스대학은 5일 미국의 누적 코로나19 확진자 수를 2천97만7천여명, 누적 사망자 수를 35만6천여명으로 각각 집계했다.

sisyph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