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고강도 압박에 오세훈도 가세…느긋한 安 '입당불가'

야권단일화 못하면 필패·공멸 함수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4·7 재보선 승리를 위한 야권 단일화를 놓고 건곤일척의 '밀당'을 벌이고 있다.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승리를 발판삼아 정권 교체까지 도모하는 여정에서 후보 단일화가 선결과제일 수밖에 없다는 점에 대해선 두 사람 생각이 일치한다.

그러나 제1야당 후보로 정권을 심판하자며 입당을 요구하는 김 위원장과 당밖에서 단일 후보가 되면서 제1야당을 품에 넣으려는 안 대표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갈등과 배제로 비화될 조짐을 보인다.

김 위원장은 7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안 대표가 우리 당에 와서 경선하는 게 단일화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조건"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전날 안 대표 독대 사실을 부인하지 않은 김 위원장은 이날 "앞으로 만날 일 없다"고 선을 그었다가 "(후보 단일화는) 적절한 시기에 얘기하면 된다"고 여지를 남기는 등 냉탕과 온탕을 오갔다.

보궐선거 출마를 저울질해온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압박에 가세했다.

오 전 시장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안 대표를 향해 "국민의힘으로 들어와 달라. 합당을 결단하면 더 바람직하다"며 "그러면 나는 출마하지 않고 야권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안 대표가 당 밖에서 독자 후보를 고집하면 자신이 안 대표의 '대항마'로 나설 수밖에 없다며, 동맹 제의 겸 선전포고가 되는 양면 카드를 던진 셈이다.

이런 노골적인 수싸움과 압박의 배경에는 이른바 '기울어진 운동장'이 국민의힘의 지지율 상승으로 급속히 회복되면서 '이제는 싸워볼 만하다'는 자신감이 깔려 있다.

동시에 제1야당에서 누가 출마해도 '서울시장 여론조사 1위'인 안 대표와의 후보 단일화 없이는 승리가 어렵다는 현실 인식이 작용하고 있다.

특히 국민의힘 내부에선 이대로 가다간 후보조차 내지 못하는 '불임' 정당으로 전락하면서 안 대표의 들러리 신세가 될 수 있다는 초조함이 감지되고 있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서울과 부산에서 이기면서 대선을 향해 가야 한다"며 "후보 단일화 논쟁에 함몰되면 우리 당은 망한다. 죽어버린다"고 우려했다.

대선에서 재보선으로 일단 진로를 튼 안 대표도 지지율 선두에 흐뭇한 표정을 짓지만 내심 절박하기는 마찬가지다. 정치 생명을 건 이번 선거에서 승리하려면 야권 단일화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국민의힘 입당에 대해선 절대 불가 입장이다.

당내 경선을 통해 제1야당의 후보로 최종 선출될 것이라는 보장이 없을뿐더러, 원내 3석에 불과하지만 자신의 정치적 기반인 국민의당을 포기할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안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오 전 시장의 합당 제안에 대해 "시민들과 야권 지지자들 사이에서 공감대가 형성될 것"이라며 우회적으로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쳤다.

국민의당은 중앙선관위 후보 등록일인 3월 18∼19일까지 단일화 협상의 줄다리기를 지속할 전망이다. 그때까지 안 대표의 지지율이 고공 행진을 이어갈지가 최대 변수다.

국민의당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지금은 단일화를 서두를 단계가 아니다"라며 "국민의힘 내부 상황을 볼 때 아직 단일화 논의 테이블을 차리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일축했다.

han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