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법안 후퇴' 반발하며 기권…강은미 "서글픈 자리"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강민경 기자 = 내년부터 노동자가 사망하는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안전조치를 소홀히 한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는 무거운 처벌을 받는다.

국회는 8일 본회의를 열어 산업재해에 기업과 경영자 처벌을 강화하는 중대재해 처벌법 제정안을 재석 266명 중 찬성 187표, 반대 44표, 기권 58표로 의결했다.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과 국민의당이 반대 표결을 했고 정의당은 기권했다. 민주당에서도 이원욱 의원이 반대표, 박용진 장철민 의원 등이 기권표를 던졌다.

중대재해법은 산재나 사고로 노동자가 숨지면 해당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는 1년 이상 징역이나 10억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받도록 했다. 법인이나 기관도 50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5인 미만 사업장의 사업주나 경영자는 대상에서 빠져 기존의 산업안전보건법으로 처벌받지만, 하청을 준 원청은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에 포함됐다.

산업재해가 아닌 대형참사인 '중대시민재해'의 경우에도 경영자와 법인이 같은 수위의 처벌을 받는다.

다만 상시근로자 10인 미만의 소상공인, 바닥 면적이 1천㎡ 미만인 다중이용업소, 학교시설 등은 처벌 대상이 아니다.

시민재해를 포함해 중대재해를 일으킨 사업주나 법인은 최대 5배 범위에서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

중대재해법은 공포일로부터 1년 뒤 시행된다. 다만 50인 미만 사업장은 공포 3년 뒤 적용된다.

중대재해법이 국회를 통과한 것은 지난달 11일 정의당이 단식농성에 돌입한 지 28일 만이다.

정의당은 법이 애초 취지에서 크게 후퇴했다며 이날 표결에서 기권했다.

정의당 강은미 원내대표는 토론에 나와 "양당 합의라는 미명 아래 허점 투성이인 법안이 제출된 것은 대단히 유감"이라며 "이 자리가 결코 웃을 수 없는 서글픈 자리가 됐다"며 울먹였다.

같은 당 류호정 의원도 떨리는 목소리로 "정의당과 노동자의 요구가 하나씩 잘려나가는 걸 두 눈으로 똑똑히 목격했다"며 "더불어민주당 정부의 국정철학은 사라졌다"고 비판했다.

이른바 '정인이법'으로 불리는 아동학대범죄 처벌 특례법 개정안도 이날 본회의를 통과했다.

아동학대 가해자의 정당화 수단으로 사용된다는 지적을 받아 온 '자녀 징계권' 조항을 삭제한 민법 개정안도 의결됐다.

택배기사의 과로사를 방지하고 택배업계의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생활물류서비스발전법도 가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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