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이 MBN에 소송을 제기하며 방송가에서 암묵적으로 허용되던 포맷 따라하기에 경종을 울렸다. 하지만 방송계에서는 히트친 한 포맷을 위주로 트렌드를 이루는 게 관행이었기에 방송가 의견도 분분하다.

TV조선이 트로트 방송 포맷을 도용한 혐의로 MBN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TV조선 측은 “당사의 ‘미스 트롯’과 ‘미스터 트롯’ 포맷을 도용해 2019년 11월 ‘보이스 퀸’, 2020년 7월 ‘보이스 트롯’을 방송했고 현재는 ‘사랑의 콜센타’를 도용해 ‘트롯파이터’를 방송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소송을 두고 TV조선 측은 “단순한 시청률 경쟁을 위한 원조 경쟁이 아니라 방송가에서 그동안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던 경계심 없는 마구잡이 포맷 베끼기에 경종을 울리기 위함이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MBN 측은 곧바로 반박했다. 당사 프로그램이 TV조선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오히려 TV조선 측이 MBN 프로그램을 따라한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MBN 측은 “MBN 간판 프로그램 ‘나는 자연인이다’가 성공하자 TV조선은 지난 2017년 유사 포맷인 ‘자연애(愛) 산다’를 방송했다”고 했다. MBN 관계자도 “지상파도 다 트로트 프로그램을 하고 유사한 프로그램이 많다. 포맷베끼기는 흔한 일인데, 왜 우리에게만 그러는지 의문”이라고 귀띔했다.

TV조선의 ‘미스 트롯’과 ‘미스터 트롯’은 데뷔 현역부터 아이돌, 운동 선수, 일반인 참가자 등 다양한 참가자들이 참여한다. 개인 별로 트로트 경연을 펼쳐 탈락자를 추려내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사람에게 최종 우승 상금이 주어진다. MBN의 ‘보이스 퀸’, ‘보이스 트롯’은 각각 주부와 스타들을 상대로 한다고 한정지었다. MBN 측은 이런 점을 근거로 TV조선의 프로그램과 무관하다고 했다. ‘미스터트롯’ 톱7이 출연해 전국 각지에서 걸려온 전화를 통해 신청곡을 불러주는 ‘신청곡을 불러드립니다 - 사랑의 콜센타’와 비교했을 때 MBN ‘트롯파이터’도 ‘보이스트롯’ 우승자가 등장한다는 점에서 비슷한 점이 있다.

하지만 방송가에서는 암묵적으로 히트친 포맷이 우후죽순으로 생기는 ‘포맷 따라하기’가 성행됐었다. 먹방과 리얼 버라이어티, 관찰 예능, 오디션 프로그램 등 한 포맷이 인기를 얻으면 다른 방송사에서도 비슷한 내용의 프로그램을 만들어 트렌드를 형성했다.

한 방송관계자는 “누가 옳고 그르다고 말하기가 어렵다. 이번 소송 이면에는 ‘견제’와 ‘경제’ 논리가 있지 않나”라면서 “TV조선이 트로트 헤게모니를 계속 가지고 가고 싶어서 같은 종편 채널을 견제하기 위해서 (소송을 한 것 같다) 또 시청률로 광고 수익이 어마어마하다. 이런 점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또 트로트 프로그램이 TV조선에 저작권이 있다고 보기는 무리가 있다. 기존 오디션 프로그램들도 많았고 트롯 오디션은 명절 특집으로도 종종 했다. 다만 흘려들을 것은 아닌 게 시청자들의 볼 권리를 위해 (인기 프로그램을) 무작정 따라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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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TV조선·MB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