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공항서 체포된 인도 출신 30대 남성 사연 알려져

(시카고=연합뉴스) 김현 통신원 = 미국 시카고 오헤어국제공항 탑승구역에서 3개월간 지내다 최근 경찰에 체포·수감된 남성의 사연이 공개됐다.

19일(현지시간) 시카고 트리뷴에 따르면 인도 출신 아디트야 싱(36)은 작년 10월 19일 항공편으로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를 떠나 시카고를 거쳐 인도로 돌아갈 계획이었다. 그러나 어떤 이유인지 시카고 공항에 눌러앉았다.

그는 유나이티드항공 전용 터미널인 2청사 탑승구역을 전전하다 지난 16일 항공사 직원에게 적발돼 경찰에 신고됐다.

트리뷴은 측근을 인용, 싱이 5년 전 미국에 와 오클라호마 주립대학에서 서비스 산업 관련 석사과정을 마치고 2019년 여름부터 캘리포니아주 오렌지 시에 거주했다고 전했다.

싱은 지인 칼 존스의 집에 얹혀살면서 존스의 연로한 아버지를 보살피는 등의 일을 하다가 작년 10월 19일 주변인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인도로 향하던 길에 시카고에 들렀다.

그러나 인도로 가지 않고 시카고 공항 보안구역 내에 머무르다 제한구역 무단 침입 등의 혐의로 체포·수감됐다.

경찰은 싱이 코로나바이러스가 무서워 항공편으로 인도까지 갈 생각을 포기하고 공항에 남기로 했으며, 공항 이용객들이 음식을 사주는 등 친절을 베풀었다는 진술을 했다고 전했다.

공항 당국은 싱이 보안 검색을 받아야 들어갈 수 있는 탑승구역을 벗어난 일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지인 존스는 싱에 대해 "매우 온화한 사람이다. 캘리포니아에 사는 동안 노숙자를 위한 자원봉사를 하곤 했다"며 "비자 만료일이 다가와 어머니가 사는 인도로 돌아갈 계획을 세웠다"고 전했다.

그는 "싱으로부터 '시카고에 잘 도착했다'는 문자를 받은 것이 마지막 연락이었다"며 "인도에 가 있어야 할 사람이 3개월 후 시카고에서 체포됐다는 소식을 듣게 돼 놀랍기만 하다"고 말했다.

2018년부터 싱과 친구로 지낸 메리 스틸은 그를 "매우 영적인 사람, 따뜻한 마음을 가진 좋은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스틸은 싱이 캘리포니아를 떠난 이후로도 줄곧 전화와 문자 메시지로 연락을 주고받았다면서 "작년 11월 '영적 각성의 한 방편으로 공항 내에서 살고 있다'는 문자를 받았을 때 믿을 수가 없었다"고 밝혔다.

스틸은 단기간 그럴 수 있다 해도 공항 보안관리 체계가 있는데 그렇게 오래 머무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는 생각을 피력했고, 싱은 탑승구 인근에서 마스크를 쓰고 찍은 '셀카'를 보냈다고 전했다.

스틸이 "캘리포니아로 다시 올 수 있도록 돕겠다"는 제안을 연거푸 하자, 싱은 작년 12월 1일 문자를 통해 "내 안에 내재한 나약함과 업(業)을 극복하기 위한 훈련을 마쳐야 한다"며 "그래야 인도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일에는 "공항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말을 걸고, 불교와 힌두교 신앙에 관해 의견을 나누는 것이 즐겁다"면서 "이 경험을 통해 실제 영적으로 성장하고 있고, 더 강해질 것을 믿는다"고도 했다.

스틸은 싱이 체포되기 직전, 인도에 돌아갈 작심을 하고 다시 캘리포니아에 들를 계획을 세웠으며 버스 요금 등에 관해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그는 싱이 금전적으로 어려웠지만, 이것이 공항에 3개월간 체류하게 만든 원인인지는 모른다고 덧붙였다.

싱이 인도로 돌아갈 항공권을 갖고 있었는지도 불분명하다.

그는 오는 27일 재판을 위해 법정에 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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