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때문에 '선 동거 후 결혼' 신풍속도…보수 한인 부모들도 '호의적' 변화

뉴스포커스

하객 초대 예식 어렵고 결혼 증명 발급 난관
봉쇄령 장기화로 "더이상은 기다리기 힘들어"
잇단 결혼식 연기·취소에 동거 편견 사라져

#지난 주 혼인신고를 하러 베벌리힐즈 법원을 찾은 강모씨(30·남) 커플은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코로나19로 인해 법원 내 결혼 증명 관련 서비스가 모두 중지 된 것이다. 법원 관계자는 "예약을 통해 법원 관계자와 화상통화를 하면 결혼 증명서를 집으로 배송한다"며 "증명서에 목사님 사인을 받고 다시 법원으로 보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강씨는 절차가 너무 복잡해서 법원이 다시 서비스를 재기할 때까지 혼인신고를 보류하기로 했다. 그는 "코로나19로 결혼식을 못해서 혼인신고라도 먼저 하려고 했던건데 이도 저도 안되서 그냥 먼저 같이 살기로 했다"며 "서로의 마음이 중요하지 서류는 의미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결혼 트랜드를 바꿔놨다.

사람간에 사회적 거리를 두고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는 '코로나 일상'이 일생에 단 한번뿐인 '결혼식'의 행복을 앗아갔다.

최근 코로나19 확산세로 인해 결혼식은 고사하고 혼인신고도 온라인으로 전환되면서 예비 신랑신부들은 그야말로 패닉 상태에 빠졌다.

이로인해 대다수의 한인 커플과 부모 세대들은 '코로나 시대 결혼 트랜드'인 '선 동거 후 결혼'에 호의적인 분위기다.

"동거 부터 해라."

임모씨(32·여)는 두 귀를 의심했다. 평소 짧은 치마도 못입게 할만큼 보수적인 부모님이 결혼도 안한 임씨에게 남자친구와의 동거를 권유하다니. 임씨는 몇번이고 부모님의 의중을 다시 확인 했다. 임씨 부모는 "코로나 전염병이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데 언제까지 시간낭비 돈낭비 할거냐"며 "이 시기를 기회 삼아 같이 살면서 돈도 모으고 때가 되면 식을 올려라"고 말했다.

최근 한모씨(61·여)는 코로나19로 결혼식을 미룬 딸이 남자친구와의 동거를 허락 받고 싶어하자 고민에 빠졌다. 그러던 중 한씨는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우리 딸도 같이 살고 싶어하길래 그냥 먼저 살림을 차리라고 했다"며 "요즘 코로나 시대에 별수 없다 그냥 같이 살게 해라"는 꾸중 아닌 꾸중을 듣게됐다. 친구들의 쿨한 결단에 마음이 동요한 한씨는 고민 끝에 딸의 동거를 허락했다.

코로나19로 결혼식이 무산된 김모씨(29·여)는 아쉬운 마음에 에어비앤비를 빌려서 직계가족끼리 간단한 예식자리를 마련하려다가 결국 이 마저도 취소했다. 김씨는 "어차피 나중에 식을 올릴텐데 두번 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며 "일단은 모아둔 돈으로 아파트를 구해서 예비신랑과 같이 살기로 했다"고 했다. 김씨의 갑작스런 결심에 부모님들도 놀라는 눈치였지만 "상황이 상황인 만큼 최선의 선택을 한것 같다"고 김씨를 응원했다.

남동생과 단둘이 살고있는 박모씨(33·남)는 다음달 예정된 결혼식이 취소되자 여자친구 집으로 들어가 함께 살기로 했다. 그로 인해 박씨의 남동생은 갑자기 룸메이트를 구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코로나19로 사람을 함부로 들이기가 찝찝했던 박씨의 남동생 역시 2년째 교제하고 있는 여자친구를 룸메이트로 들여 함께 살기로 결정했다. 박씨 남동생은 "올해 안에 결혼을 할 생각이었는데 상황이 이렇다 보니프로포즈를 하고 먼저 같이 살기로 했다"며 "코로나가 나쁜 것 만은 아닌것 같다"고 말했다.

디바인 디데이의 강제나 웨딩플래너는 "최근 결혼식이 취소되면서 결혼 전에 동거를 시작하는 커플들이 늘어나는 추세"라며 "보수적인 부모 세대들도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결혼전 동거에 대한 편견이 어느정도는 완화된 분위기"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