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측, 한미일 3각공조 중시…강제징용·위안부 문제로 냉랭한 분위기 반전 필요

(서울=연합뉴스) 한상용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일 3·1절 기념사에서 일본과의 대화와 미래지향적 협력 의지를 밝힘에 따라 꽉 막힌 한일관계에 돌파구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서울 탑골공원에서 열린 제102주년 3·1절 기념식에서 "우리 정부는 언제든 일본 정부와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눌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가 넘어야 할 유일한 장애물은 때때로 과거의 문제를 미래의 문제와 분리하지 못하고 뒤섞음으로써 미래의 발전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것"이라며 "과거에 발목 잡혀 있을 수는 없다. 한일 양국의 협력과 미래발전을 위한 노력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이런 언급은 과거사 문제와 미래지향적 협력 관계를 분리 대응하는 기조를 유지하면서 한일관계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피력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한일 협력이 동북아 안정과 함께 한미일 3국 협력에도 도움이 된다고 언급한 대목도 주목된다. 북한 문제 등 한반도 정세 안정화 노력을 기울이는 과정에서 미국은 물론 일본과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비치기 때문이다.

이는 일본과의 관계 개선이 결과적으로 남북, 북미관계 회복을 견인할 수 있는 동력이라는 인식으로 보인다.

사실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행정부보다 동북아 문제 해결 과정에서 동맹인 한미일 3국 공조를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 입장에서는 한만도 평화프로세스를 추진하는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미국의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서도 일본과 관계를 푸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된 셈이다.

냉랭한 한일관계 속에 한국 정부의 돌파구 마련 노력에도 지금까지 이렇다 할 진척은 없는 상황이다.

한일 기업의 자발적 출연금으로 재원을 조성해 피해자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는 이른바 '1+1' 방안을 2019년 제안했지만, 일본은 "국제법 위반 상태를 시정하는 것이 될 수 없다"며 거부했다.

문 대통령이 새 주일대사로 정치권의 대표적 일본통인 강창일 전 의원을 임명하고, 작년 11월 박지원 국정원장과 김진표 민주당 의원 등 한일의원연맹 여야 의원 7명이 잇따라 일본을 방문한 것도 한일간 관계 개선의 시도로 해석됐다.

그러나 징용·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근본적 해법을 마련하지 않고는 한일 간 분위기 반전을 도모하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선행돼야 할 일본의 진정한 사과와 배상 의지가 보이지 않아서다.

문 대통령이 이날 기념사에서 한일관계 경색을 불러온 징용, 위안부 피해자 배상 판결 문제에 대해 구체적인 해법을 언급하지 않은 것도 이런 이유로 보인다.

이와 관련, 문 대통령은 "일본과 우리 사이에 불행했던 역사가 있었고, 가해자는 잊을 수 있어도 피해자는 잊지 못하는 법"이라면서도 "역지사지 자세로 머리를 맞대면 과거의 문제도 얼마든지 현명하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원칙적인 입장만 언급했다.

일본도 전향적인 자세로 나와 과거사 문제에 대한 해법을 함께 마련해 보자고 촉구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사실 한일 관계는 2018년 한국 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이어 올해 1월 일본 정부 상대 위안부 배상 판결로 이미 꽉 막힐 대로 막힌 상황이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지난달 9일 취임 후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무상과 아직 전화 통화를 하지 못했다.

강창일 주일본 한국대사도 지난달 22일 부임하고 나서도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 모테기 외무상과 면담하지 못했고 아이보시 고이치(相星孝一) 신임 주한 일본대사도 정 장관을 아직 만나지 못한 상황이다.

정부가 일본에 대해 대화 의지를 거듭 밝혔는데도 일본이 끝내 호응하지 않으면 미국의 중재를 요청할 가능성도 있다.

정의용 장관은 지난달 18일 국회 외통위에서 "한일 간에 문제는 우리 양국 간에 필요하다면 미국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한미일 공조를 중시하는 바이든 정부에 중재 역할을 기대하는 모습을 내비친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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