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데타 발발 한달째 군경 무차별 공격 30명 사망, 반정부 시위 극렬'피의 일요일'

미얀마

총맞고 쓰러진 20대 男 "엄마, 나 총맞았어"
교사로 일하는 만삭 임신부 총에 맞아 참사
미국·유럽 등 강력 규탄에도 꿈쩍않은 군부

수녀복을 입은 한 여성이 군인들을 향해 무릎을 꿇고 엎드렸다. 시위대에 폭력을 쓰지 말아 달라고 호소하는 것이다.

군부의 강경 진압에 수십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지난 28일 미얀마 북부 카친주에서 벌어진 일이다. 현지 네티즌들은 수녀의 이름을 언급하며 "종교는 다르지만 존경합니다"라는 댓글을 달았다.

쿠데타 발발 한 달을 맞은 1일 미얀마의 반정부 시위대가 전국 곳곳에서 집회를 이어갔다. 하루 전 군경의 무차별 총격으로 유엔은 18명이 숨졌다고 밝혔지만 현지 방송 '버마 민주의소리(DVB)'는 29명이 숨졌다고 보도하는 등 '피의 일요일'로 불리는 최악의 유혈사태가 발생했음에도 굴하지 않고 있다. 지난 한 달간 최소 30명이 군경의 진압으로 숨졌고 1132명이 체포됐다고 미얀마 정치범지원협회(AAPP)가 밝혔다.

시위대는 1일 최대 도시 양곤을 비롯한 주요 도시에서 군부가 구금한 아웅산 수지 미얀마 국가고문의 사진을 들고 "민주주의"를 외치며 행진했다. 양곤 주요 거리 바닥에는 쿠데타를 주도한 민 아웅 흘라잉 군 최고사령관의 사진과 "당신을 결코 용서하지 않겠다"는 글이 적힌 유인물이 나붙었다. 군경은 물대포와 최루탄, 군용 차량 등을 동원해 이날도 강경 진압을 이어갔다.

미얀마 군경이 지난달 28일 군부 쿠데타 반대 시위대에 총격가하는 등 참상을 전하는 사진·동영상들이 1일 소셜미디어에 계속 공개됐다.

이날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 가슴에 총을 맞고 쓰러진 20대 남성 시위 참가자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이 트위터에 공개됐다. 그가 총격 직후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엄마, 나 총 맞았어"라고 말했다는 게시글들도 함께 올라왔다. 사진 속 그는 피를 흘린 채 땅에 쓰러져 있으면서도 한 손에 휴대전화를 쥐고 있었다. 현지 매체 미얀마 나우에 따르면 그는 즉각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사망했다. 양곤에서는 교사로 일하는 만삭의 임신부가 총에 맞아 숨졌다는 현지 보도도 나왔고, 사진이 소셜미디어에 공개됐다.

미얀마 제2 도시 만달레이에서는 한 여성이 길을 가던 도중 군경의 총격을 받아 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셜미디어에는 이 여성이 혼자서 아들을 키우고 있다는 글과 함께 아들의 우는 모습이 찍힌 사진이 올라왔다.

미국·유럽 등 서방 진영은 일제히 미얀마 군부를 규탄했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성명에서 "폭력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을 추궁하고, 미얀마 국민들을 향한 우리 지지를 강화하기 위해 전 세계의 동맹 및 파트너들과 긴밀한 협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