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독주 체제 흔들까…친문 vs 반문 구도 가능성도

野, 정권 견제 기대 속 원심력 우려도…제3지대 확장성 주목

(서울=연합뉴스) 이유미 류미나 기자 =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전격 사퇴하면서 여야의 대권구도에도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윤 전 총장이 당장 정계 진출을 선언한 것은 아니지만 정치권은 그의 정계 진입을 기정사실화하며 대권 도전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대선이 1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범야권 유력 주자로 분류되는 윤 전 총장이 등판할 경우 여야의 대권구도를 뒤흔들 강력한 변수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지난달 이후 여론조사 흐름을 보면 여권의 이재명 경기지사가 1위 독주 체제를 이어가고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윤 전 총장이 2∼3위에서 엎치락뒤치락하는 상황이다.

정치권에선 윤 전 총장이 이념적으로 중도, 지역적으로는 영남과 충청을 흡수할 가능성이 적지 않아 여권으로선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흘러나온다.

특히 윤 전 총장과 지지층이 일부 겹친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 지사가 좀 더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윤 전 총장이 현 정부와의 대척점에서 반문(반문재인) 정서 결집을 시도한다면 '친문 대 윤석열'의 구도가 형성되면서 민주당 내에서 강력한 친문(친문재인) 주자의 등판 요구가 높아질 수 있다.

과거 대선·경기지사 경선 후유증으로 친문 지지층과 감정의 골이 채 해소되지 않은 이 지사로선 달갑지 않은 구도다.

이 경우 이낙연 대표는 물론이고 야당 시절 범친노계의 좌장이었던 정세균 총리와 윤 전 총장과 극한 갈등을 빚은 추미애 전 법무장관이 반사 이익을 볼 수 있다.

'젊은 친문'을 중심으로 한 제3후보론이 탄력을 받을 경우 김경수 경남지사와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이광재 의원의 공간이 넓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편에선 '이재명 대 윤석열' 구도가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도 함께 나온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친문의 구심점이 뚜렷이 없고 시간은 1강 주자인 이재명의 편"이라며 "이 지사와 윤 전 총장 모두 캐릭터가 강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양자 대립 구도가 선명하게 만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윤 전 총장의 향후 행보에 경계심을 보이면서도 벌써부터 대선 경쟁력을 평가 절하하는 모습이다.

중진 의원은 "현직에 있을 때나 대접을 받았지, 나온 순간 '원 오브 뎀'(여러 주자 중 하나)"이라며 "정치는 아무나 하나"라고 잘라 말했다.

유력 주자가 부상하지 않고 있는 야권에서는 윤 전 총장이 당장 국민의힘으로 들어오긴 어려울 것이라고 보면서도 일단 제3지대에서라도 '정권 견제' 여론을 결집해주기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윤 전 총장도 결국 문재인 정권 심판 대열에 동참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에서는 윤 전 총장 부친의 고향인 충청권과 율사 출신 의원들을 중심으로 세력화가 이뤄지지 않겠냐는 전망도 나온다.

김도읍 의원은 "차기 대권의 시대정신은 법치와 원칙"이라며 "반문의 가치로 연대한 윤 전 총장은 결국 보수 진영의 주자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속내는 간단치 않다.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들어오지 않고 제3지대에 머무르면서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제주지사 등 당내 유력 주자들의 존재감을 잠식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윤 전 청장에 대한 강경 보수층의 반감과 맞물려 '중도·온건 대 극우·보수' 구도가 형성되며 야권 내 원심력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당장 무소속 홍준표 의원은 윤 전 총장의 사퇴에 대해 "죽은 권력이던 이명박·박근혜 수사를 매몰차게 한 것은 정의가 아닌 벼락출세를 위한 문재인 정부의 청부 수사였음을 인정한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4월 재보선 결과에 따라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를 비롯한 제3지대의 영향력이 강해진다면 야권발 정계개편에서 윤 총장이 적지 않은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yum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