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가톨릭매체 보도…"美청각장애 신자들, 그들 언어로 미사 봉헌해 편안"

(서울=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미국으로 파견된 청각장애인 사제 박민서 신부가 미국 수어(手語)로 미사를 집전하면서 현지 신자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9일 천주교 서울대교구 등에 따르면 현지 가톨릭계 매체인 내셔널 가톨릭 리포터(NCR) 등은 올해 1월 미국 워싱턴대교구에 파견된 박 신부가 미국 수어를 활용해 미사를 집전하는 활동상 등을 조명했다.

박 신부는 2월 6일 유튜브를 통해 미국 수어를 활용한 첫 실시간 미사를 집전했는데, 조회 수가 평소 미사 때보다 10배에 달하며 큰 관심을 받았다.

그가 오기 전에는 미사 시청자가 최대 95명에 불과했는데, 그의 첫 미사에는 무려 800명이 넘는 사람이 몰렸다.

워싱턴대교구 청각장애인 사목 부서에서 일하는 로린 린치 라이언은 NCR에 박 신부의 강론에 감명을 받은 사람들로부터 이메일이 끊이지 않는다며 "그들은 박 신부의 다음 미사를 대단히 고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에서 청각장애인이 사제와 직접적인 의사소통을 나누는 것은 드문 일이다. 이런 탓에 많은 청각장애인이 미사에 참여하지 못하거나 강론, 기도문 등을 이해하지 못한 채로 살아간다.

박 신부의 미사를 유튜브를 통해 본 몇몇 청각장애인들은 린치 라이언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미사를 드리는 동안 편했고, 무엇보다 그들의 언어인 미국 수어로 미사를 봉헌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고 NCR은 전했다.

박 신부가 미국 수어로 미사를 집전할 수 있었던 데에는 1994∼1999년 미국 청각장애인 대학인 갈로뎃 대학에서 유학할 때 미국 수어와 영어를 배운 덕이 컸다.

그는 유튜브로 진행된 첫 실시간 미사 때는 긴장했다고 털어놓으며 "내 미국 수어가 예전 같지 않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물론 아시아 첫 청각장애인 사제인 박 신부는 한국에 있을 당시 서울 성동구 마장동에 청각장애인 전용 성당인 에파타성당을 건립해 관심을 받았다.

그는 에파타성당 건립 비용을 마련하고자 2011년부터 8년간 150개 성당을 방문해 후원미사를 봉헌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두 살 때 약물 부작용으로 청력을 잃었다.

박 신부는 사제의 길을 걷고자 미국 갈롯데 대학에서 철학과 수학을 전공했다. 이후 성요셉 신학교 대학원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 가톨릭대 신학대에서 공부했다.

2007년 정진석 추기경에게서 사제품을 받았다.

14년간 서울대교구에서 청각장애인 사목을 담당했던 그는 워싱턴대교구에서 농인사목 전담 사제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edd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