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리·증거 앞에 모두 겸손해야"…중재 리더십 '눈길'

(서울=연합뉴스) 민경락 기자 =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24일 검찰의 직접 수사 관행에 자기반성을 촉구하면서도 수사·재판에서 '편 가르기'에 쓴소리를 던져 눈길을 끈다.

조 직무대행은 이날 대검 확대회의에서 "우리 검찰은 언제부터 누구누구 라인·측근 등 언론으로부터 갈려져 있다는 말을 많이 듣고 상대방을 의심까지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의 갈등 과정에서 검찰 내부의 분열상을 꼬집은 것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친정부 성향', '특수부 라인', '윤석열 측' 등의 표현이 통용될 정도로 진영 논리가 퍼져있다. 이런 이유로 검찰개혁 이슈 자체가 이미 정치화됐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조 직무대행은 또 "정치와 전쟁에서는 피아 식별이 제일 중요한 요소이지만, 수사와 재판이라는 사법의 영역에서는 우리편, 상대편으로 편을 갈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사법 영역은 '정의와 공정의 가치'로 하나가 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의·공정의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 검찰·법원 등 사법 영역에서만큼은 진영 논리가 투영돼서는 안 된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구체적으로 "법리와 증거 앞에 모두 겸손해야 하고 자신의 철학이나 세계관을 내세워서는 안 된다"는 당부도 했다.

조 직무대행의 이 같은 발언은 지난해 법무부와 대검 간 극한 대립 속에서 '중재' 역할을 자처해 온 그의 평소 지론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추 전 장관 밑에서 법무부 검찰국장을 지낸 이력으로 한때 '추미애 라인'으로 분류됐고 이런 이력 덕분에 차장검사로 승진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조 직무대행은 승진 이후에도 주변에 "검사가 라인이 어딨느냐"라며 "검사로서 각자 위치에서 할 일을 한 것"이라는 소신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그는 지난해 채널A 사건 등으로 추 전 장관과 윤 전 총장 간의 갈등이 격화되는 과정에서 검찰국장으로서 중재안을 제시하는 등 갈등을 조율하는 데 전력을 쏟았다.

지난달 검찰 중간 간부 인사에서는 법무부의 '핀셋 인사'를 우려하며 인사안에 윤 전 총장 측의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대검 차장으로서 법무부의 인사 방침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조 대행의 '편 가르기' 풍조에 대한 일침은 검찰 내부뿐만 아니라 법무부를 포함한 정부와 여권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최근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 사건 처리 과정에서 검찰에 쏟아진 정치권의 공세를 에둘러 지적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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