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장소에서 부모에게 한국어로 말하는 것을 그만뒀다"

뉴스인뉴스 / 침묵 깬 LA출신 美 스노보드 챔피언 '클로이 김'

"올림픽 우승했어도 인종차별 면제안돼" 고백
아파트 엘리베이터서 "들어오지마라" 소리쳐
SNS에 "백인 소녀에 메달주고 중국 돌아가라"
산책 나갈때 전기총 등 호신용 무기 3개 챙

미국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자 스노보드 챔피언 클로이 김(21·사진)이 아시아인을 겨냥한 증오범죄에 매일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해 충격을 주고 있다. 그는 2000년 LA인근 롱비치에서 태어나 네 살 때 스노보드를 타기 시작해 일찍이 세계적인 선수로 발돋움했고 현재 여자 하프파이프 종목의 세계 최강으로 평가받고 있다.

클로이는 지난 2일 미국 스포츠 전문매체 ESPN과의 인터뷰를 통해 "프로 운동선수이고, 올림픽에서 우승했다고 해서 인종차별에서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며 소셜미디어를 통해 하루에 수십 통, 매달 수백 건의 증오 메시지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메시지 중에는 '멍청한 동양 XX'이란 인종차별적 표현과 함께 외설스러운 내용과 욕설까지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클로이는 "사람들이 이런 식으로 행동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는 사실에 마음이 아프다"며 "정말 무력하고 두려운 마음이 든다. 무척 힘들다.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되면서 (증오범죄가) 더욱 나빠졌다.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타려고 할 때 한 여성이 나에게 '여기 들어오지 마라'고 소리친 적도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일년 정도 소셜미디어의 알림 설정을 껐고, 휴대폰에서 인스타그램 애플리케이션도 삭제했다고 털어놓았다.

또 부모와 함께 사는 LA 집을 나설 때 호신용 무기를 꼭 챙긴다는 사실도 고백했다. 허리춤에 매는 작은 가방인 '패니 팩'에 전기충격기, 최루액을 뿜는 페퍼 스프레이, 호신용 칼을 넣어 다닌다는 것이다. 그는 "빨리 약속에 가야 하거나 약속 장소가 사람들로 붐비는 곳이 아니라면 혼자서 어디에도 가지 않는다"며 "개를 산책시키거나 식료품점에 갈 때면 패니 팩에 (호신용 무기) 3개를 넣고, 항상 손을 거기에서 떼지 않는다"고 말했다.

더는 침묵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증오범죄 피해를 밝히게 됐다면서 자신의 사례가 증오범죄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을 더욱 확산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아울러 부모가 집을 나설 때마다 나이 든 아시아인들에 대해 무자비하게 저질러지는 증오범죄의 희생양이 되지 않길 빈다는 사실도 털어놓았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낸 뒤 같은 해 7월 ESPN 스포츠 대상 올해의 여자 선수로 선정됐던 그는 2014년 애스펀 X게임 대회에서 하프파이프 첫 메달을 딴 뒤부터 차별에 시달렸다고 토로했다. 대회가 끝난 뒤 인스타그램에 메달 사진을 올렸더니 SNS에 "중국으로 돌아가라, 백인 미국인 소녀들로부터 메달을 뺏는 것을 그만두라"는 메시지가 와 있었다. 심지어 공공장소인데도 자신을 향해 침을 뱉는 사람도 있었다고 했다.

그는 "그들은 내가 아시아인이란 이유로 내 성취를 멸시했다"며 "(증오 메시지를 받은 뒤) '내가 아시아인이라서 사람들이 못되게 구는 거냐'라고 엄마에게 물으며 흐느껴 운 적도 있다"고 전했다. 그 뒤 한국어를 유창하게 할 수 있는데도 "공공장소에서 부모에게 한국어로 말하는 것을 그만뒀다. 당시 아시아인이라는 사실이 부끄럽고 싫었지만, 감정을 극복하는 법을 배웠고 지금은 정말 자랑스럽다"고 강조했다.

▣아시안 증오범죄

뉴욕 지하철서 침뱉고 욕설
경찰, 공개수배 나서

뉴욕 지하철에서 한 흑인 남성(사진)이 아시아계 여성과 그의 자녀들을 향해 인종 비하 발언을 하며 침 뱉은 사건이 뒤늦게 알려졌다.
3일 AP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오후 2시30분께 타임스퀘어를 향하는 지하철 안에서 50∼55세로 추정되는 흑인 남성이 44세 아시아계 여성과 자녀 세 명에게 큰 소리로 아시아인 비하 발언을 하며 욕설했다. 이어 그는 이들을 향해 침을 두 번 뱉고, 여성이 든 휴대전화를 바닥에 떨어뜨려 발로 찬 뒤 도망쳤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증오범죄로 보고 해당 남성의 얼굴을 SNS를 통해 공개하고 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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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부부 '묻지마; 집단 폭행
넉달만에 범인검거

50대 한인 부부를 폭행한 10대 청소년이 넉 달 만에 검거됐다. 검찰은 증오범죄 기소 여부를 조사중이다.
4일 CNN 방송은 워싱턴주 타코마경찰이 한인 부부를 폭행한 혐의로 15살 소년을 체포해 2급 폭행 혐의로 기소했다고 보도했다. 피해자 남성은 지난해 11월 타코마에서 여러 명의 10대가 자신을 밀쳐 땅에 넘어뜨리고 주먹으로 때려 갈비뼈가 부러지고 얼굴에 멍이 들었다고 신고했다. 경찰 조사가 지지부진하다가 최근 사건 현장의 장면이 찍힌 동영상이 SNS 퍼지면서 4개월 만에 용의자를 검거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증오 범죄로 기소할지는 피어스카운티 검사실에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