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서 우유 짠 뒤 오토바이 타고 가다 참변…"자경단원 남편, 고문에 숨져"

"가족이 시신 볼 기회 가진게 그나마 다행"…미얀마 인권단체 "714명 사망"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무고한 시민들의 목숨을 앗아간 미얀마 군부의 야만스러운 폭력은 아침에 우유를 배달하던 부부도, 야간과 새벽 시간에 이웃을 지키던 자경단원도 가리지 않았다.

14일 현지 매체 이라와디에 따르면 인도와 국경을 접한 북서부 사가잉 지역 내 따무에서 전날 오전 부부가 군경의 총격에 사망했다.

키샨 고타메이와 부인인 하리마야 고타메이는 당시 오토바이를 타고 다리 부근을 지나던 중이었다.

네팔 민족인 구르카인인 고타메이 부부는 아침 일찍 농장으로 가 우유를 짠 뒤 이를 팔기 위해 집으로 돌아오던 중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친척은 "집에 돌아오는 시간이 늦어져서 두 사람을 찾고 있었다"면서 "군경이 사방에 있어 멀리는 가지 못했다. 정오가 안돼 경찰로부터 그들의 사망 소식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 친척은 키샨 고타메이는 볼에, 부인 하리마야는 등에 각각 총을 맞았다고 전했다.

친척들은 두 사람의 시신을 인도받자마자 당일 오후 5시께 서둘러 장례식을 치렀다고 매체는 전했다.

이 친척은 "최소한 가족이 장례식 전에 두 사람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미얀마에서는 군경 총격 등에 숨진 피해자의 시신을 군경이 탈취하는 경우는 물론, 가족들에게 알리지도 않고 시신을 화장한 뒤 유해만 돌려주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사망 원인을 은폐하기 위해서다.

군경은 따무 지역을 지난 10일 장악한 뒤로는 거리를 돌아다니며 검문 검색을 하고 마구잡이로 총질을 하기도 한다고 주민들은 전했다.

12일에도 주민 200여명이 군경의 총격을 피해 집에서 도망쳤고, 이 과정에서 7살짜리 소녀가 총에 맞기도 했다고 이라와디는 보도했다.

도망친 주민 중 일부는 국경을 접한 인도 마니푸르주의 모레 지역으로 넘어갔다고 한 주민이 매체에 말했다.

앞서 12일 최대 도시 양곤에서는 자경단원 한 명이 고문사로 의심되는 죽임을 당했다.

인세인구 주민인 초 르윈 트웨는 오전 5시께 마을 안으로 들어온 수상한 차량을 쫓아갔다.

그러나 군인들에게 붙잡혀 군경이 주둔하던 인근 학교로 끌려갔고, 이후 구급차로 흘라잉따야 소재 병원으로 후송됐다.

그의 행방을 찾던 가족은 당일 오전 병원에서 이미 숨진 트웨를 찾았다.

군부는 그가 오토바이 사고로 심하게 다쳐 사망했다고 주장했지만, 가족은 머리에 심한 상처가 있고 베이고 긁힌 자국도 오토바이 사고와는 전혀 다르다고 반박했다.

특히 두 눈이 심하게 멍들었고, 팔 아랫부분에도 멍이 있다고 가족은 전했다.

반면 그가 탔던 오토바이는 대체로 멀쩡했다는 것이다.

트웨의 아내는 매체에 "남편이 고문당한 뒤에 죽었다는 점 때문에 마음이 너무 아프다"면서 "이제 남편을 위해 더 흘릴 눈물도 없다"고 슬픔을 호소했다.

그는 부인 외에 13살, 6살 두 딸을 두고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인권단체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전날 현재까지 확인된 사망자 숫자는 714명이다.

sout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