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출석하며 질문하는 기자에게 '손가락 욕'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교무부장인 아버지가 유출한 답안을 보고 숙명여고 내신시험을 본 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쌍둥이 자매가 항소심에서도 답안 유출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 현모(54)씨 쌍둥이 딸(20)의 변호인은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3부 심리로 열린 항소심 첫 공판에서 "답안 유출 흔적이나 증거가 있어야 하는데, 1심은 (증거가) 없는데도 유죄를 인정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또 "아버지가 답안을 언제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입수하고 유출했는지조차 특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반면 검찰은 "명백한 증거에도 범행을 부인하고 반성하지 않아 개전의 정이 없고 죄질이 불량한 데 비춰볼 때 원심의 형량은 너무 가볍다"고 지적했다. 앞서 검찰은 1심에서 미성년자였던 자매에게 장기 3년·단기 2년의 징역형을 구형했다.

변호인은 학교 측이 정답을 정정했던 문제에 학생들이 낸 답의 분포 정도를 확인하겠다며 학교 측에 사실조회를 신청해달라고 요청했고,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변호인이 요구한 문제는 쌍둥이 중 동생이 오답을 낸 문제로 알려졌다. 쌍둥이 동생은 출제 후 정답이 정정된 문제에 전교생 중 유일하게 정정 전 정답을 낸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는 정답 유출의 여러 정황 중 하나로 꼽혔다.

재판부는 양측의 입장을 확인한 뒤 오는 6월 9일을 다음 공판기일로 지정했다.

한편 쌍둥이 자매 중 동생은 이날 오후 재판을 받기 위해 법정에 출석하는 과정에서 질문하는 기자에게 손가락을 들어 올리는 욕을 하며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재판이 끝난 뒤 손가락 욕을 한 이유를 묻자 자매는 "달려들어서 물어보는 게 직업정신에 맞는다고 생각하나", "예의가 없는 행동이고 교양 없는 행동"이라며 반감을 드러냈다.

쌍둥이 자매는 숙명여고 재학 중이던 2017∼2018년 아버지가 빼돌린 답안을 보고 시험을 치러 학교의 성적평가 업무를 방해한 혐의(업무방해)가 유죄로 인정돼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24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을 선고받았다.

두 딸보다 먼저 기소된 아버지 현씨는 유죄가 인정돼 징역 3년을 확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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