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자에게 더 강하다. 결코 만만치 않은 상대지만 더할 나위 없이 편안하게 마운드를 지켰다. 토론토 에이스 류현진(34)이 뉴욕 양키스를 압도하며 시즌 첫 승에 성공했다. 완벽한 제구력으로 보더라인을 넘나들며 타자를 농락하는 그의 환상적인 피칭에 미국이 들썩했다.
류현진은 14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더니든 TD볼파크에서 열린 양키스와 홈경기에서 95개의 공을 던지며 6.2이닝 4안타 1볼넷 7탈삼진 1실점(비자책)으로 자신의 임무를 완수했다. 이날 호투로 평균자책점은 2.92에서 1.89까지 떨어졌다. 이 날 승리로 2013년 빅리그 입성 후 통산 60승 고지를 밟았다.
개막전부터 보여준 체인지업의 속도 조절을 비롯해 포심과 컷, 체인지업의 터널링 활용, 타자에 따른 맞춤형 전략까지 모든 게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그라운드를 지배했다.
결과 만큼이나 내용도 무결점에 가까웠다. 5회까지 큰 위기없이 순항했고 6회와 7회 위기도 무난히 풀어나갔다. 6회 2사 1, 2루에서 지안카를로 스탠튼을 컷패스트볼을 통해 투수 땅볼로 돌려세웠다. 포심과 컷, 체인지업의 절묘한 터널링으로 양키스 타자들을 벼랑 끝으로 몰아세웠다.
7회 캐반 비지오의 송구 에러로 출루를 허용했고 실점했지만 불펜진이 추가 실점은 피하며 비자책으로 경기를 마쳤다. 토론토 타자들도 2회 조쉬 팔라시오의 적시타를 시작으로 3회 랜달 그리칙의 희생플라이, 4회 마커스 세미엔의 솔로포와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의 적시 2루타로 든든히 류현진을 지원했다.
그의 호투에 감독과 미국 현지매체들의 극찬이 쏟아졌다. 찰리 몬토요 토론토 감독은 "다양한 구종으로 양키스 타자들의 밸런스를 계속해서 흐트러뜨렸다. 벤치에서도 다음 공이 뭐가 들어갈지 모를 정도였다"고 했다. 또 역대 MLB 투수 FA(자유계약선수) 최고 몸값(3억 2400만 달러)으로 양키스 유니폼을 입은 개릿 콜을 언급하며 "양키스에 게릿 콜이 있다면 우리에겐 류현진이 그런 존재다. 류현진이 등판하면 우리가 승리할 좋은 기회가 있다는 걸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뉴욕 양키스 애런 분 감독은 류현진의 피칭에 양키스 타자들이 속속 삼진 아웃 당하자 심판의 스트라이크 판정에 격하게 항의했다. 이에 대해 토론토 전담 스포츠넷의 벅 마르티네스 캐스터와 투수 출신 해설자 팻 태블러는 "류현진은 보더라인 피칭을 하고 있다. 심판의 판정이 정확하다"며 "투수가 이렇게 보더라인 피칭을 하면 상대 타자는 화날 수 밖에 없다"고 말하며 류현진의 제구력에 경탄했다.
그러면서 팻 태블러는 "투수는 때로 한 가지 구종으로 타자를 공략할 수 있다. 때로는 두 가지도 될 수 있다. 류현진은 4가지 구종으로 타자를 공략하고 있다. 아트 피칭이다"라고 말했다. 벅 마르티네스 캐스터는 "류현진은 피칭의 본질(essence of pitching)을 알고 있다"고 최상의 찬사를 덧붙였다.
토론토 지역 언론 '토론토 선'은 "양키스를 상대로 빛나는 투구를 했다"고 치켜세웠다. MLB 공식 홈페이지 MLB.com도 "양키스 타선을 류현진이 압도했다"고 했다. 토론토 구단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여기 우리 에이스가 있습니다"라는 문구를 한국어로 게재했다.
류현진의 팀 동료 시미엔은 예전 타석에서 류현진을 상대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그때는 정말 재미없었다.모든 다른 구종들이 스트라이크로 통하기 시작하면 91~92마일짜리 패스트볼이 96~97마일처럼 느껴진다"고 류현진의 위력을 설명했다.
지난 두 경기 호투에도 승수를 추가하지 못했던 류현진이지만 진짜 시작은 이제부터다. 체인지업 구속을 능수능란하게 조절하고 포수 대니 잰슨과 호흡도 한 층 향상된 만큼 류현진과 토론토 모두 지난해보다 강렬한 시즌을 보낼 수 있다. 관련기사 2면

윤세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