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과 두 번째 이별이다. 손흥민(29·토트넘)이 다시 한 번 전기를 맞는다.
토토넘은 지난 19일(한국시간) '주제 무리뉴 감독과 그의 코치진이 직무에서 해임됐다'고 발표했다. 지난 2019년 11월에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의 후임으로 토트넘 사령탑에 오른 무리뉴 감독은 부임 1년 5개월만에 지휘봉을 내려놓게 됐다.
손흥민이 토트넘에서 감독과 이별하는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전임 감독인 포체티노 감독과 애틋했던 손흥민은 세계적인 명장 무리뉴 감독과도 '케미'가 나쁘지 않았다. 무리뉴 감독은 손흥민을 사실상 붙박이 주전으로 기용했고, 여러 차례 애정을 내비치기도 했다. 때문에 손흥민은 무리뉴 경질이 발표된 후 자신의 SNS를 통해 "지금 내 심정을 다 표현할 수 없다"고 진한 아쉬움을 나타내면서 "함께할 수 있어서 기뻤다. 일이 잘 풀리지 않은 것은 유감이지만 함께한 시간에 진심으로 감사하다. 행운을 빈다"고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토트넘의 차기 사령탑은 미정이다. 복수의 현지 매체는 대표팀 후배 황희찬의 소속팀을 이끌고 있는 율리안 나겔스만(라이프치히)과 한시 플릭(바이에른 뮌헨), 그리고 과거 독일대표팀을 이끌었던 위르겐 클린스만 등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 감독이 바뀐다고 손흥민의 입지에 큰 변화는 없을 전망이다. 손흥민은 토트넘의 공격을 진두지휘하는 해리 케인과 함께 절대적인 주전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번시즌에 이어 다음시즌까지 토트넘이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출전에 실패한다면 이야기는 또 달라진다. 영국 매체 '데일리 익스프레스'는 '토트넘이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획득하지 못하면 손흥민과 케인을 잃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토트넘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32라운드까지 7위(승점 50)에 매겨져 있다.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의 마지노선인 4위 웨스트햄(승점55)과 격차는 승점 5에 불과하다. 잔여 6경기를 남겨두고 극복할 수 없는 수준의 차이는 아니지만, 최근 부진과 감독 교체라는 어수선한 분위기를 고려하면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그런 점에서 무리뉴 감독과 이별은 손흥민의 유럽 생활의 새로운 변곡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유럽 무대에서도 자신의 가치를 드높인 손흥민은 꾸준히 빅클럽의 러브콜을 받아왔다. 이달 초에도 독일 분데스리가 명문 바이에른 뮌헨이 손흥민을 원한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지난 2015년 여름 EPL에 입성한 손흥민은 토트넘에서만 6년째를 맞는다. 1992년생인 그는 내년이 되면 나이도 30대로 접어든다. 축구선수로 한창 전성기를 누릴 시기다. 올시즌 EPL 31경기에서 14골9도움, 전 대회 통틀어 44경기에서 19골16도움이라는 기록이 이를 증명한다. 바꿔 말하면 새로운 도전을 택하기엔 지금이 적기인 셈이다.
대니얼 레비 토트넘 회장은 지난해 말 손흥민에게 주급 20만 파운드(3억1000만원) 수준의 연장 계약안을 제시했으나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여파로 협상이 중단됐다. 이후 재계약 진행은 감감무소식이다. 손흥민과 토트넘의 계약은 2023년 6월까지다. 또 다른 변수도 있다. 토트넘은 최근 유러피언 슈퍼리그 참가를 결정했다. 하지만 슈퍼리그 출범을 반대하는 국제축구연맹(FIFA)과 UEFA은 슈퍼리그에 나서는 선수들이 FIFA와 UEFA 주관 대회에 출전하는 것을 막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손흥민이 토트넘과 재계약을 결정하는 데 있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다.
슈퍼리그 참가 문제를 차지하고서도 손흥민은 리그 또는 유럽클럽대항전에서의 우승 트로피를 꿈꾼다. 빅클럽으로의 이적이 우승의 가능성에 다가가는 건 당연한 이치다. 토트넘이 선택한 변화 그리고 손흥민의 꿈. 그 사이 기로에 선 손흥민의 고민이 시작됐다.

박준범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