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도꺼도 살아나는 불꽃…악몽의 '전기차 화재' 

[알고갑시다]

일반차 화재 93배 물 쏟아야, 진압 7시간 소요
소방대 매뉴얼·교육·훈련 부족으로 속수무책
전기트럭 등 출시되면 화재 위협도 증가될 듯

텍사스주 휴스턴 인근에서 지난 4월 17일 테슬라 모델S 차량이 빠른 속도로 커브길을 돌던 중 도로를 이탈해 인근에 있던 나무를 들이받고 화재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차량은 전소됐고 2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장 소방관들은 당시 화재 진압에만 무려 7시간이 걸렸으며, 이날 투입된 8명의 소방관들은 자신들이 한 달간 사용할 물을 투입했다고 전했다. 당시 전기차 배터리는 화재를 진압한 뒤에도 불꽃이 다시 피어나기를 반복했다. 소방관들은 이를 두고 ‘촛불을 꺼도 다시 불이 붙는 장난용 생일케익 초’(a trick birthday candle)와 같다고 표현했다. 이날 현장에 투입된 2만 8000갤런의 물은 미국 평균 가정에서 2년간 사용하는 양이다. 일반 차량의 경우 300갤런 정도면 진화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93배나 많은 물이 투입된 셈이다.

리튬이온 배터리를 쓰는 전기차의 화재 진압이 어려워 소방관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NBC방송이 20일 보도했다.

불이 꺼진 것 같이 보여도 불꽃이 다시 살아나 화염으로 번져 화재가 장시간 이어지는데, 제조사나 소방대는 엄청난 양의 물을 쏟아붓는 것 외에는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이 매체는 연방규제기관들이 전기차 화재의 위험성을 소방관에게 경고하지만, 소방대 대부분은 전기차 화재 진압에 제대로 준비되지 않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프리웨이에서 사고가 발생할 경우 2만 갤런이 넘는 물을 공수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미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 전기차가 급속도로 보급되고 있지만, 전기차 화재진압에 뾰족한 수가 없는 것이 큰 문제로 지적된다.

전기차의 배터리 팩은 방화벽 안에 있어 소화액이 닿기 어렵다. 사고 충격으로 배터리 내부에 있는 셀 속의 양극과 음극이 접촉하는 ‘단락’이 일어나면 화재가 발생하는데, 이미 충격을 받은 셀들은 물을 아무리 뿌려도 화재 열에 온도가 급속히 올라가면서 연쇄적으로 발화한다. 결국 배터리가 모두 타버리기 전에는 진화가 쉽지 않다. 게다가 전기차 안에 있는 배터리는 일반 가정에서 이틀간 쓸수 있는 양의 전기가 들어 있다.

2025년까지 미국 차량 10대 중 한 대가 전기차로 바뀔 것으로 보이며, 전기 트럭이 출시되는 상황에서 배터리의 크기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제대로 된 구체적인 전기차 화재진압 매뉴얼이 사실상 부재한 것도 문제지만 세계 각국의 소방대가 내연기관차와 전기차의 화재 진압 방식의 차이를 적절하게 교육받거나 훈련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 더 큰 문제로 부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