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 '윤석열 X파일'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놓고 23일 정치권에서 온갖 추측이 끊이지 않고 있다.

X파일을 입수했다는 보수진영 정치평론가 장성철 씨가 구체적 내용은 물론 입수 경위를 함구하면서다. 장 씨는 "'어디'라고 특정하면 바로 알려져 (밝힐 수 없다)"고만 말한 상태다.

되레 '작성·유포자'를 둘러싼 의문만 커지는 형국이다.

장씨 말이 사실이라면 윤 전 총장과 가족에 대해 약 20가지의 "방어가 어려운" 의혹들이 망라된 셈인데, 이 파일을 과연 누가 어떤 목적으로 만들었느냐에 따라 정치적 파장은 예측불허다.

장 씨는 일단 전날 CBS 라디오에 나와 "여권 쪽에서 만들어진 것을 저한테 전달해 줬다고 했다"고 밝혔다.

그는 해당 파일이 여권이나 정부 기관에서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고도 했는데, 이 경우 윤 전 총장 측이 반발한 것처럼 정권 차원의 '불법사찰' 의혹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있다. 파일이 두 차례에 걸쳐 작성됐다는 4월 말과 6월 초에 윤 전 총장은 대권 도전을 준비하는 민간인 신분이었다.

비슷한 맥락에서 야권은 "윤석열의 수많은, 윤우진 등 사건에 대한 파일을 차곡차곡 준비하고 있다"는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의 지난달 26일 발언에 주목하고 있다.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이날 TBS 라디오에 출연해 장 씨의 행동을 "적진(여권)에서 적이 만든 수류탄을 밀반입해 와 아군 진지에 터트려버린 것"에 빗대면서 "(여권이 만든 게) 맞을 가능성이 좀 크다"고 주장했다.

여권은 펄쩍 뛰면서 야권 인사들에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여권발 정치공작이라는 윤 전 총장의 주장과 달리, 야권의 경쟁자들이 괴문서를 만들어내 '어둠의 경로'로 흘렸다는 일종의 음모론이다.

그러면서 공개적으로 지목된 인물이 복당을 앞둔 무소속 홍준표 의원, 그리고 재기를 모색 중인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대표 등이다.

송 대표는 TBS 라디오에서 홍 의원을 겨냥해 "(윤 전 총장 의혹을) 가장 잘 알 것"이라며 "(윤 전 총장이) 지난여름에 무엇을 했는지 다 아는 분"이라고 했다.

홍 의원은 즉각 부인했다. 황 전 대표도 자신의 배후설에 대해 "말할 가치도 없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TBS라디오를 진행한 김어준 씨는 "바른정당 (출신) 소위 탈당파들이 (야권의) 주류가 되고 있다"며 이들이 배후일 수 있다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당 차원의 대응에 선을 긋는 점도 수상하다는 듯 "다른 대선 구상을 가진 쪽에서 이런 일을 벌인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여권의 불법사찰이나 경쟁자 배후설 같은 정치공작성 음모가 아니라 '지라시' 수준의 문건에 불과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사실과 풍문이 뒤섞인 채 축적됐던 내용, 유튜브 채널 등에서 확대·재생산된 의혹들이 정리된 문건에 X파일이라는 이름을 붙여 그럴싸하게 만든 게 아니냐는 것이다.

김 최고위원은 장 씨가 '기관발'로 의심한 정황으로 든 윤 전 총장 장모의 자금흐름에 대해 "과거 수사기록에 보면 자금 다 나오는데, 그걸 갖고 거창하게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저 뒷담화 거리, 소주 안주, 그 정도에 그칠 가능성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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