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 시대 단절, 위기에 처한 '우정'…미국인 12% "친한 친구, 단 1명도 없다"

[생·각·뉴·스]

50% "지난 1년간 몇몇 친구들과 연락 끊겨"
정치적 견해 차이로 절교한 사람들도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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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보단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 보낸탓도
우정의 중요성 알지만, 시간 투자하지 않아

평생동안 친한 친구가 1명만 있어도 성공한 인생이라고들 한다. 그런데 최근 조사 결과 미국인들이 정말로 가깝다고 느끼는 친구의 수는 30년 사이 급감한 것으로 밝혀졌다.

25일 미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미국기업연구소(AEI)가 진행하는 미국인의 삶에 대한 5월 설문조사(성인 2019명 참여) 결과를 인용, '미국의 우정이 위기에 처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코로나19의 팬데믹으로 정신적, 사회적 스트레스가 급증하면서 친한 친구와 교류마저 뜸해지는 추세다. 앞으로 재택 근무가 일상화되면 이러한 '우정 가뭄 현상'이 더 악화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조사 결과 '가장 친한 친구가 있다'고 답한 응답자의 비율은 59%였다. 1990년 갤럽이 같은 조사를 했을 땐 75%였다. '친한 친구가 단 한 명도 없다'는 답은 올해 12%로, 30년 전 3%의 4배가 됐다.

조사는 또한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중 친구 관계가 특히 힘들어졌다는 점을 드러냈다. 조사 대상자 2019명 중 거의 50%는 “지난 12개월 동안 최소한 몇명의 친구들과 연락이 끊겼다”고 답했다. 10명 중 1명은 “대부분 친구들과 연락이 끊겼다”고 답했다.

특히 정치적 견해 차이가 우정이 끊기는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로 조사됐다. 조사 대상자 중 20%의 민주당 지지자와 10%의 공화당 지지자가 정치적 의견 불일치로 절교했다고 말했다. 조사 대상자 22%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이유로 들었다.

조사를 진행한 대니얼 콕스 AEI 선임연구원은 "우린 우정의 중요성을 알고 있지만, 시간을 투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개인적인 문제가 생겼을 때 가장 먼저 친구에게 의지한다는 비율도 26%에서 16%로 급감했다. 18~29세 젊은층은 개인적인 지원을 위해 부모에게 의존한다는 비율이 2배 가량 증가했다.

이런 '우정 가뭄 현상'의 명백한 원인으로는 코로나19 팬데믹과 더불어 여러가지 복합적 요인이 함께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콕스는 친구가 줄어드는 주요 원인으로. △결혼이 늦어지고 친구들과 지리적으로 멀어져 자기 고립과 외로움을 초래하거나 △친구보다는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려는 사람이 많아지거나. △일에 몰두하거나 혼자 여행하는 데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는 것 등 3가지를 꼽았다. 그러면서 콕스는 “어쩌면 미국인들은 이제 직장에서 친구를 사귈 가능성이 가장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친구가 줄어드는 것이 나쁜 현상만은 아니라는 평가도 있다. 한 인간 관계 전문가는 "혼자 있기 때문에 외로움이 반드시 생기는 건 아니다"며 "사실 다른 사람과 함께 있을 때 소외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았다. 많은 사람과 친해질 수는 있지만 좋은 친구는 몇 명 밖에 가질 수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