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접종 때 없었던 'T세포·단핵구 반응' 강하게 나타나

신종 코로나 외의 다른 바이러스에도 '방어 효과' 기대

미국 스탠퍼드 의대, 저널 '네이처'에 논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화이자와 모더나의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백신은 기존 백신의 바이러스 매개체(vector) 대신 mRNA(전령 RNA)를 이용해 만든다.

이 백신을 맞으면 mRNA의 유전 정보에 따라 신종 코로나의 스파이크 단백질이 몸 안에 생성된다.

그러면 스파이크 단백질을 외부 물질(항원)로 간주한 면역세포가 이를 식별하는 중화항체를 만들어 신종 코로나의 세포 감염을 차단한다.

하지만 RNA 백신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이 터진 뒤 처음 개발된 것이다. 물론 RNA 백신이 인간에게 투여된 것도 처음이다.

이런 코로나19 RNA 백신을 2차까지 접종하면 기존 방식의 다른 백신보다 훨씬 광범위한 면역 반응을 일으킨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차 접종 후의 중화항체 수치가 1차 접종 때보다 커지는 건 물론이고 1차 때 없었던 T세포 반응과 선천 면역 반응도 강하게 나타난다는 게 요지다.

이 연구는 미국 스탠퍼드 의대의 발리 풀렌드란(Bali Pulendran) 병리학 면역학 교수팀이 수행했다. 관련 논문은 저널 '네이처(Nature)'에 최근 실렸다.

28일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사이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에 따르면 신종 백신을 승인하는 면역학적 근거는 중화항체 생성을 유도하는 백신의 능력에 있다.

백신 접종 후 항체 수치를 측정하는 건 간단하다. 하지만 항체만 갖고는 면역계의 잠재적인 방어 범위를 온전히 보여주기 어렵다고 한다.

논문의 공동 수석저자인 풀렌드란 교수는 "뛰어난 효과에도 불구하고 RNA 백신이 정확히 어떻게 작용하는지 거의 알지 못했다"라면서 "그래서 RNA 백신이 유도하는 면역 반응을 아주 세밀하게 살펴봤다"라고 말했다.

스탠퍼드 의대는 지난해부터 화이자의 RNA 백신을 접종했다.

연구팀은 화이자 백신 접종자 가운데 56명의 지원자를 모집한 뒤 1차 접종과 2차 접종 전후로 여러 차례 혈액 샘플을 채취해 분석했다.

1차 접종과 2차 접종 후의 면역 반응은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물론 1차 접종만 해도 항체 수치는 늘었다. 하지만 2차 접종 후에는 다시 1차 접종 때의 몇 배로 커졌다.

또 2차 접종 후엔 1차 때 보이지 않던 면역 반응도 나타났다. 예컨대 T세포 반응이 놀랄 만큼 강해지고 일부 선천 면역세포도 높은 수위로 반응했다.

특히 항바이러스 유전자가 높게 발현한 단핵구(monocyte)의 증가가 눈길을 끌었다.

골수 세포에서 유래하는 단핵구는 조직으로 옮겨가 대식세포나 나뭇가지 세포로 분화한다.

대식세포(macrophage)는 병원체나 노폐물을 먹어 치우는 포식 작용을 주로 하고, 나뭇가지 세포(dentriform cell)는 온몸에 퍼져 강력한 항원제시 및 감시 기능을 한다.

백신 접종 전엔 항바이러스성 단핵구 무리가 전체 순환 혈액 세포의 0.01%에 불과했는데 화이자 백신을 2차 접종한 후엔 혈액 세포의 1%로 약 100배가 됐다.

이들 단핵구는 또 염증성이 약해진 대신 항바이러스성은 강해져 다양한 바이러스 감염에 폭넓은 방어력을 보일 거로 추정됐다.

코로나19 백신의 면역 반응에 관한 연구에서 항바이러스성 단핵구 반응이 관찰된 건 처음이라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풀렌드란 교수는 "2차 접종 하루 만에 단핵구가 이렇게 증가한 건 놀라운 일"이라면서 "항바이러스 유전자가 높게 발현한 단핵구는 신종 코로나는 물론이고 다른 바이러스에도 억제 작용을 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che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