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주 지시로 중고서점 외벽에 '쥴리의 남자들' 벽화 게시

서점 앞서 보수 유튜버들 항의시위…친여 시민은 지지방문

(서울=연합뉴스) 김치연 기자 = 서울 종로구의 한 중고서점 외벽에 등장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 아내 김건희씨를 비방하는 내용의 벽화는 서점의 실질적인 사장인 건물주 지시로 제작된 것으로 파악됐다.

29일 연합뉴스 취재에 따르면 서점 사장이자 건물주 A씨의 지인 지승룡 민들레영토 대표는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A씨가) 벽화를 그린 이유는 윤석열씨가 헌법적 가치관이 파괴돼 출마했다는 말을 듣고 시민으로 분노했기 때문이라고 한다"고 적었다

지 대표는 이어 "헌법적 가치인 개인의 자유를 말하려는 뜻이라고 한다"면서 "서점 대표님은 담대함으로 흔들림이 없다. 선한 시민들의 자유를 위한 용기에 존경을 표한다"고 밝혔다.

2주 전부터 서울 종로구 관철동의 한 중고서점 건물 옆면에 '쥴리의 남자들'이라는 문구와 김씨의 얼굴을 본뜬 듯한 한 여성의 얼굴 그림과 함께 '쥴리의 꿈! 영부인의 꿈!'이라는 내용이 적힌 벽화 등이 게시됐다.

'쥴리'는 이른바 '윤석열 X파일' 등에서 김씨가 강남 유흥업소에서 일할 당시 사용한 예명이라고 주장한 것인데, 윤 전 총장은 "아내는 술마시고 흥청거리는 것을 싫어한다"고 일축한 바 있다.

벽화는 연결된 철판 6장 위에 각각 그려져 있으며, 건물 옆면을 가득 채웠다.

'쥴리의 남자들'이라고 적힌 첫 벽화에는 '2000 아무개 의사, 2005 조 회장, 2006 아무개 평검사, 2006 양검사, 2007 BM 대표, 2008 김 아나운서, 2009 윤서방 검사'라고 적혀있다.

2층 규모의 이 서점은 올해 4월 말 문을 열었다. 벽화가 완성되고 나서도 별다른 이목을 끌지 못했으나 최근 주목을 받으면서 사람들이 전날부터 몰려왔다고 서점 직원은 전했다.

이 직원은 "사장님께서 이 거리가 밤이 되면 어둡고 우범지역이라 골목 분위기를 밝게 바꿔보려고 그림을 그리려고 하신 것"이라며 "크기는 가로 20m·세로 2.2m 정도 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A씨의 의도와는 달리 '쥴리 벽화'로 논란이 일자 조용했던 서점 앞에는 전날부터 진영 간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보수 유튜버들은 벽화를 차량으로 가리고 항의 시위를 했고, 친여 성향 시민은 "힘내시라"며 서점에 지지 방문하기도 했다.우파 성향 유튜버들이 몰려들면서 소란이 일고 있다.

서점 개점 이전인 이날 오전 8시 30분에도 우파 성향 유튜버들은 일찌감치 차량 3대를 벽화 앞에 나란히 주차해 그림을 가려놓고 확성기로 '몽키매직' 등 노래를 틀어놨다.

확성기로 방송을 하던 한 남성은 "그림이 보기 싫어 어제부터 차로 막아두고 있다"고 했다.

서점에도 이른 아침부터 벽화에 대한 항의 전화가 빗발쳤다.

서점 직원은 "사장님은 개인의 자유를 표현하는 차원에서 벽화를 설치한 만큼, 앞에 와서 다른 의견을 표현하는 이들에 대해서도 대응하지 말라는 입장"이라며 "일단 신경 쓰지 않고 영업을 하려고 한다"고 했다.

친여 성향 시민의 발길도 이어졌다.

이날 서점을 방문한 한 남성은 "벽화 소식 듣고 힘내시라고 일부러 찾아왔다. 사장님께서 정말 대단하신 분이다"라며 "바깥에서 소란을 피워서 어떡하느냐"고 걱정하고 돌아가기도 했다.

서점 직원들과 유튜버들 간 충돌은 없었지만, 이날 아침에도 차들이 주차장으로 가는 길목을 막으면서 인근 건물에서 불편을 호소하는 신고 1건이 접수됐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현장 인근을 지키고 있다.

chi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