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측, 입당 압박 이준석 '고자세'에 반격" 시선

국힘측 "지도부와 협의 없어" 내부 불편 기색

(서울=연합뉴스) 이동환 기자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국민의힘에 들어온 30일 입당 원서를 받은 상대는 이준석 대표가 아닌 권영세 대외협력위원장이었다.

이 대표가 이날 호남 방문으로 서울을 비웠기 때문이었다. 당의 '투톱'을 이루는 김기현 원내대표 또한 휴가 중이어서 입당식에 함께할 수 없었다.

이와 관련해 윤 전 총장은 이날 질의응답에서 "이 대표의 지방 일정을 저는 몰랐다"며 "입당 관련 인사는 다음 주에 하면 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내달 2일 또는 10일 입당 보도가 잇따르자 윤 전 총장이 전날 밤 입당을 결심하고 이날 아침 그 의사를 밝혔다는 게 측근들 전언이기도 하다.

그러나 당 대표의 일정은 전날 공지되는 만큼 윤 전 총장 측 입장은 '모르쇠 전략'에 불과하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실제로는 윤 전 총장 입당을 계속 압박하고 때로는 거세게 비판하던 이 대표를 두고 윤 전 총장 본인 혹은 주위의 불편한 심기가 작용했다는 말이 나온다.

이 대표는 그간 윤 전 총장 캠프로 간 당내 인사들에게 징계 카드까지 시사하면서 입당을 압박해왔다. 이에 캠프 내부에서는 '유승민계'였던 이 대표가 '사감'을 갖고 윤 전 총장을 대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에 윤 전 총장이 이 대표가 없는 타이밍을 노렸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 대표 압박에 의한 입당이 아닌 본인의 '결단'임을 강조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것이다.

'8월 10일 전후 입당' 이야기가 나왔을 때도 이 기간이 이 대표의 휴가와 겹치는 때라 국민의힘 측에서도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총장은 이 대표와 지난 25일 '맥주 회동' 이후로 충분히 교감했다고 강조했지만, 이 대표는 입당 직전까지 별다른 연락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 공보실이 이날 "윤 전 총장의 당사 방문과 관련해 당 지도부에 따로 협의된 내용은 없음을 알려드린다"고 다소 이례적인 공지를 남긴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이 대표 측에서는 불쾌한 감정이 감지되지만, 대놓고 내색하지는 않고 있다.

이 대표는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취재진과 만나 "윤 전 총장과 저는 여러 차례 비공개 대화나 접견을 통해 입당에 대한 시각 차이를 조율했다"며 "8월에 출발하는 경선 버스에 한 달 전에 먼저 앉아있겠다고 한 의미가 상당하다"고 평가했다.

권영세 위원장이 "윤 전 총장 위상에 걸맞은 성대한 입당식을 다음 주에 하자"고 한 데 대해서는 "저에게 어떠한 보고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당연히 저희 구성원이 됐으니 어느 정도 축하는 해야 한다"고 미묘한 반응을 보였다.

당 관계자는 "이 대표 입장에서도 대놓고 불쾌감을 드러내면 본인의 성과라는 것을 부각할 수 없게 된다"며 "당분간 미묘한 신경전이 이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dh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