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이상기후, 홍수, 산불, 경제난까지 점점 커지는 위기감

[지구촌]

 英연구진 최후의 생존 벙커 분석 "뉴질랜드가 최적"꼽아
 아이슬란드 2위, 아일랜드 3위, 호주 태즈메이니아 4위
 인구밀도 낮고 식량·에너지 안보 튼튼한 '섬나라' 유리
"경제 효율 강조가 능사 아냐…문명붕괴 위기 대비할때" 

코로나 팬데믹부터 경제 위기, 물불을 안 가리는 기후 위기까지, 최근 들어 지구촌을 위협하고 있는 경고음은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인류 문명이 파멸의 티핑포인트(tipping point·전환적 순간)에 이르는 순간, 최후의 생존 벙커가 될 수 있는 나라는 어느 곳일까.

29일 영국 일간 가디언은 영국 앵글리아 러스킨 대학 글로벌 지속가능성 연구소(GSI) 연구진이 인류 문명 붕괴 때 마지막까지 살아남을 수 있는 국가로 뉴질랜드를 꼽았다고 보도했다. 아이슬란드와 아일랜드, 호주 태즈메이니아, 영국 등이 뒤를 이었다.

과학 저널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통해 발표된 이번 연구는 환경 파괴와 기후 변화, 팬데믹 등 위기가 빈번히 인류를 급습하는 상황에서, 각각의 위협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할 경우 글로벌 문명이 급격히 쇠퇴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출발했다. 

연구진은 실제 문명 위기시 자체 식량 생산, 대량 난민 유입 저지, 전력 생산, 제조 역량 유지 등 역량을 분석해 순위를 매겼다.

이번 연구에서 핵심 변수는 인류 문명 파괴의 상황에서도 일정 수준 인구를 유지할 수 있느냐의 문제였다. 이른바 '붕괴 구명보트' 역할을 하느냐가 관건이었다는 얘기다. 대체로 인구 밀도가 낮은 ‘섬 국가’들이 적합한 피신처로 꼽혔다. 반면 경제적 효율성을 중요시하는 국가들은 약세를 보였다.

결과적으로 뉴질랜드가 최적의 피난처로 꼽혔다. 뉴질랜드는 지열, 수력발전 등 발전원과 농경지가 풍부하고 인구밀도가 낮은 데다가 지리적으로 고립돼 있어 난민 유입량도 적을 것으로 분석됐다.한마디로 '생존 잠재력이 가장 높다'는 게 연구진의 결론이다.

그러나 영국이 순위 안에 들었다는 것의 의외였다. 이에대해 연구진은 "영국이 높은 인구밀도와 50% 수준의 낮은 식량자립도를 가졌음에도, 풍부한 자체 에너지 자원과 첨단 제조 기술, 섬이라는 지리적 요건 등에 비춰 보면 '충분한 회복력을 갖췄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각 나라들이 경제적 효율만을 강조하는 게 능사는 아니다"라며 유사 시 대처를 위한 대비분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비록 자체 식량·전력 생산 능력이나 난민 유입 저지 능력 등 유리한 여건을 갖추지 못한 국가들도 산업, 기술 등을 정비해 문명 붕괴 위기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존스 교수는 "(문명 붕괴에 대한) 전 세계적 대응에서 각 사회의 복원력에 대해 좀 더 생각해 봐야 한다"며 "(물론) 빠른 붕괴가 일어나지 않는 게 가장 이상적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