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민간기업에 백신 강제할 권한 있는지가 관건

(서울=연합뉴스) 이윤영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발동한 코로나19 백신 접종 의무화 조치가 대규모 소송전으로 비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대통령이 민간 기업에 백신을 의무화할 권한이 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미 의회전문매체 더힐이 12일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9일 연방정부 직원이나 연방정부와 계약해 거래하는 일반인은 반드시 백신을 접종받도록 하고, 직원 100명 이상 사업장도 직원에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거나 매주 코로나19 검사를 받도록 해야 한다는 대책을 발표했다.

미국에서 백신 접종률이 정체되면서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지 않자 바이든 대통령이 사실상 '백신 의무화'라는 특단의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이에 공화당이 개인의 자유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독재적 발상이라며 소송을 예고하는 등 백신 반대파를 중심으로 반발이 거세게 이는 상황이다.

더힐에 따르면 그간 백신 접종 의무화 자체를 둘러싼 소송에서 법원은 직원에게 백신 접종을 의무화한 기업주의 권한을 인정해 준 사례가 많았지만 이번의 경우 당사자가 대통령이라는 점에서, 대통령이 민간 기업에 백신 접종을 강요할 수 있는지가 논란이 될 전망이다.

실제 소송이 이뤄진다면 결국 정부가 민간 기업에 대한 백신 의무화 조치를 중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법정 다툼이 이어져 대법원까지 올라가더라도 현재 대법관이 보수 6, 진보 3으로 보수 우위 구도이기 때문에 바이든 정부에 유리한 상황이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바이든 대통령의 백신 접종 의무화는 '직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의회가 부여한 행정부의 비상 권한에 근거를 두고 있다.

1970년 제정된 이 법은 직장에 '심각한 위험'이 있을 때 노동부 산하 직업안전보건청(OSHA)이 직원들을 보호할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미 정부가 이 법에 따라 비상 권한을 행사했던 가장 최근 사례는 지난 1983년 석면으로부터 근로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백신 의무화를 위해 이 권한이 행사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또 정부가 긴급한 상황에서 발동하는 '비상' 권한이라는 점에서 권한 발동을 위한 절차도 보통 수개월이 걸리는 정식 절차보다 크게 단축되는데, 이 역시 법정 다툼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화당의 조시 홀리 상원의원은 마티 월시 노동부 장관에게 보낸 항의 서한에서 "의회는 비상 권한 발동을 위한 절차가 기존의 정식 절차를 회피할 목적으로 사용돼선 안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지적했다.

만약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지연된다면 그전까지 각 지역에서 제기될 여러 소송이 지역마다, 법원마다 다른 결과로 이어질 수 있고, 이렇게 되면 정부의 백신 의무화 조치 역시 일률적으로 시행되지 못할 수 있다.

백악관은 그러나 정부의 의무화 조치 발동에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직업안전보건법은 직원들에게 중대한 위험이 있을 때 노동부가 조치를 하도록 하고 있고, 60여만명을 사망에 이르게 한 팬데믹이야말로 직원들에게 중대한 위험"이라고 말했다.

y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