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타 바이러스 연구 석학 '한국의 파스퇴르'이호왕 교수 유력 수상 후보 올라 주목

[화제인물]

'클래리베이트' 노벨상 예측 리스트에 포함
'한탄 바이러스' 최초 보고…독보적인 업적

6·25 전쟁 중 한탄강에서 외국인 병사 3000여명이 원인불명의 병에 걸려 피를 쏟고 쓰려졌다. 그로부터 20여년이 지난 1976년, 한 한국인 미생물학자가 들쥐에서 나온 바이러스가 병의 원인임을 밝혀내고 한탄강을 따서 한탄바이러스라고 이름 지었다.

올해 노벨생리의학상 수상 유력 후보로 고려대학교 이호왕 명예교수(93·사진)가 또다시 이름을 올리면서 그의 업적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 명예교수는 전 세계에서 여전히 많은 환자가 발생하는 한타 바이러스 연구 분야 내 독보적인 존재로 20여년간 노벨상 수상 후보로 꾸준히 점쳐졌다.

글로벌 분석서비스 기업인 클래리베이트가 이호왕 고려대 명예교수를 올해 노벨생리의학상 수상 예측 후보로 선정했다고 23일 발표했다.

클래리베이트는 매년 세계 상위 0.1%에 해당하는 높은 피인용 논문 연구자를 기준으로 노벨상 수상 예측 후보를 선정해 발표한다. 올해는 미국 출신 9명을 포함 16명을 선정했다. 

이 기준으로 2002년부터 2020년까지 매년 클래리베이트가 선정한 노벨상 유력 후보 376명 중 총 59명(15.7%)이 실제로 노벨상을 받았다. 

한국인 연구자 이름이 명단에 들어간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2014년 유룡 KAIST 교수, 2017년 박남규 성균관대 교수, 2020년 현택환 서울대 석좌교수가 앞서 후보에 올랐다. 이들은 모두 화학상 후보로 선정된 바 있다. 후보로 거론된 한국인 중 실제 노벨과학상에 선정된 사례는 아직 없다. '한국의 파스퇴르'로 불리는 그는 한타 바이러스 연구 전 주기에서 활약하며 세계적으로도 이미 석학의 반열에 올랐다는 평을 받는다.

1928년생인 이 명예교수는 1976년 3월 경기도 동두천 한탄강 유역에서 채집한 등줄쥐의 폐 조직에서 세계 최초로 유행성출혈열 병원체와 면역체를 발견했다. 유행성출혈열은 당시 정체불명의 괴질로 유명했다.

이 명예교수는 이 병원체 바이러스를 발견장소의 이름을 따 '한탄 바이러스'로 명명했고 그가 이 바이러스를 발견한 이후로 전 세계에서 유사한 바이러스가 보고되기 시작됐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 바이러스들을 현재 한타 바이러스과(科)로 묶어 분류하고 있다.

이 명예교수의 업적은 바이러스 발견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 1989년에는 세계 최초로 유행성 출혈열 진단키트를 개발했으며 1990년에는 유행성 출혈열 예방백신인 '한타박스'도 개발했다.
학계는 "바이러스의 발견부터 진단법 확립, 예방 백신 개발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낸 성과와 업적이 주효했다"고 올해 노벨상 수상 후보로 이 명예교수가 포함된 이유를 분석했다.

☞이호왕 명예교수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미네소타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한바이러스학회 초대회장, 세계보건기구(WHO) 유행성출혈열연구협력센터소장, WHO 바이러스전문위원, 대한민국학술원 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지난 2002년에는 국가과학기술인 '명예의 전당'에 헌정됐다. 고령인 그는 지난해부터 외부 활동을 삼가는 중이다.

한인 입양아 출신 메사추세츠주 하원의원 
美 에너지부 차관보 지명 낭보


어렸을 때 미국에 입양된 한국계 여성 마리아 로빈슨(34·사진) 매사추세츠주 주하원의원이 22일 조 바이든 행정부의 에너지부 전기 담당 차관보로 지명됐다.

민주당 소속인 로빈슨 지명자는 지난 2018년 매사추세츠 주의회에서 당선된 최초의 한인 의원으로서 현재 두 번째 임기를 수행하고 있다. 그는 미 환경보호청(EPA) 청정대기법 자문위원회에 참여한 유일한 주 하원의원이다. 주하원 청정에너지 코커스를 이끌고 있고 전국 환경 입법자 코커스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1987년 한국에서 태어난 로빈슨 지명자는 어렸을 때 펜실베이니아주 북동부의 아일랜드·독일계 가톨릭 가정에 입양됐고 고교 시절까지 보냈다. MIT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했고 털사대에서 에너지법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지난 2019년에는 서울 서대문구로부터 해외입양인 명예구민증을 받으면서 한국계라는 자부심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남편과 함께 딸을 입양해 가정을 꾸려서 지역구인 프레이밍햄시에서 살고 있다. 로빈슨 지명자는 미국 상원 청문회 후 인준 과정을 거쳐서 임명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