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피해 18세 때 미국행, 피자 배달 등 고생 레바논 출신 UCSF 교수
 야구선수 출신 물리학 교사에게 배우며 과학자 꿈꾼 신경과학자 영예
'온도·촉각 수용기 발견 美 과학자 2인 노벨상 생리·의학상 공동 수상

[뉴스인뉴스]

2021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데이비드 줄리어스 UC 샌프란시스코 생리학과 교수와 아뎀 파타푸티안 캘리포니아 라호야의 위치한 스크립스연구소의 신경과학자가 선정됐다.
스웨덴 왕립 과학원 노벨위원회는 이들이 ‘온도와 촉각 수용기’를 발견한 공로를 인정받아 수상자로 선정됐다고 4일 밝혔다.

노벨위원회 측은 이들의 획기적인 발견은 “열과 추위 그리고 기계적 힘이, 주변 세상을 인식하고 적응할 수 있게 하는 신경 자극을 어떻게 유발하고 있는지를 이해하도록 해줬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이어 “그들이 발견한 지식은 만성 통증을 포함 광범위한 질병에 대한 치료법 개발에 사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초 연구와 사랑에 빠져"
두 사람 중 아뎀 파타푸티언(54) 스크립스연구소 하워드휴스 의학연구소 박사는 레바논 출신 미국인이다.

그는 아르메니아인의 후손으로 수십만명의 사망자를 내며 15년간 이어진 레바논 내전을 겪으며 자랐다. 그러다가 18세가 되던 1986년 형제와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왔다. 대학 입학 전에는 1년간 피자를 배달하고 아르메니아 신문에 점성술 기사를 기고하는 등 잡다한 일을 했다.

UCLA에서 의학대학원 진학을 준비하면서 연구소에 들어간 그는 "기초연구와 사랑에 빠졌다"면서 "그게 내 직업의 항로를 바꿨다"고 말했다.

레바논에서는 과학자란 직업에 대해 조자 알지도 못했던 파타푸티언 박사는 신경계에 흥미를 갖게 됐지만 촉감과 통감(痛感) 연구에 더 끌리게 됐다.그는 "감각 신경세포가 압력이나 온도 같은 물리적 힘을 어떻게 알아채느냐 하는 문제는 잘 이해되지 않고 있었다"며 "잘 이해되지 않은 분야를 찾아내면 파고들기에 좋은 기회다"라고 말했다.

▶'고추는 왜 맵지?' 연구
함께 상을 탄 데이비드 줄리어스(66) UCSF 교수는 자신이 태어난 뉴욕 브루클린 인근의 에이브러햄링컨고교 때 직업으로서의 과학자를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이 학교에는 마이너리그 야구선수 출신의 물리학 교사가 있었는데 그가 야구공의 궤적을 계산하는 법을 설명하는 것을 듣고 과학에 흥미를 느꼈다고 한다. 

줄리어스 교수는 뜨겁지도 않은데, 매운 고추를 먹고 땀을 흘리는 이유를 규명했다. 통증을 전달하는 신경을 조사해, 신경세포막을 가로질러 존재하는 ‘이온채널 단백질(TRPV1)’이 땀을 유발하는 원인이라고 설명한다. 캡사이신이 TRPV1을 자극하면, 전기신호가 대뇌로 ‘열이 난다’는 신호를 전달한다. 신호를 받은 뇌는 열을 식히기 위해 반응하면서 땀이 난다는 게 줄리어스 교수의 연구 결과다.  

두 과학자는 서로 독립적으로 연구했지만 그들의 연구 분야는 상당 부분 겹치는 것이기도 했다. 이에대해 파타푸티언 박사는 "초기에는 우리 사이에 건전한 경쟁이 있었다"며 "위대한 과학자들과 함께 일하며 경쟁하는 것은 언제나 좋은 일이며 데이비드는 틀림없이 그런 과학자 중 하나"라고 말했다.

☞올해 노벨상 시상식은 
12월 6~12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리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대부분의 수상자가 본국에서 상을 받게 된다. 실제 시상 장면은 온라인으로 중계될 예정이지만, 일부 부문에선 직접 시상 가능성도 열려있다. 수상자에게는 상금 1000만 스웨덴크로나(약 13억5300만원)가 주어진다. 공동연구자인 줄리어스와 파타푸티안은 500만크로나를 절반씩 나눠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