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서 178개사 파업…"노동자의 분노가 파업으로 분출"

공급망 병목에 파업 늘자 물가상승 확대·경제회복 지연 우려

(뉴욕=연합뉴스) 강건택 특파원 = 미국의 기업들이 구인난에 시달리면서 노동자들의 힘이 세지고 있다.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서거나 새로 노조를 결성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해지는 추세다.

18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미 코넬대 노사관계대학원 집계 결과 올해 들어 미국내 178개 회사에서 파업이 발생했다.

블룸버그통신 데이터베이스 집계로 지난 8월 1일 이후 발생한 파업만 40건에 육박한다. 이는 전년 동기의 두 배에 가깝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농기계와 중장비를 만드는 존디어 근로자 1만 명이 지난 14일부터 파업에 돌입했고, 시리얼 브랜드로 유명한 켈로그 노동자 1천400명도 파업을 벌이고 있다. 대형 의료기관 카이저 직원 3만1천명이 소속된 노조도 투표를 통해 파업을 가결한 상태다.

노동자 우위 지형을 이용해 대기업에서 노조를 결성하려는 시도도 잇따른다.

비록 실패로 돌아갔으나 앨라배마주의 아마존 창고 노동자들이 첫 노조 설립을 추진했고, 스타벅스 바리스타들도 노조 설립을 추진 중이다.

이런 움직임은 기업들이 필요한 인력을 구하지 못해 애를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노동자들의 위상이 높아진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미 노동부가 지난 12일 공개한 8월 구인·이직보고서(JOLTS)에 따르면 8월 퇴직자 수는 327만 명으로 지난 2000년 12월 통계 작성 이래 최다를 기록했다. 대우가 더 좋은 직장을 쉽게 찾을 수 있기 때문에 자발적 퇴직이 급증한 것이다.

기업들의 구인 건수는 석 달 연속 1천만 건을 넘어 인력난이 심각하다는 사실을 방증했다.

국제운송노조(IBT)의 제임스 호파 회장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이런 현상이 노동계에 기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초기 충분한 임금과 안전 조치를 보장받지 못한 노동자들의 분노가 파업으로 분출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 최대 노동단체인 미국노동총연맹산업별조합회의(AFL-CIO)의 리즈 슐러 의장은 WP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파업들은 고용주들이 위기에 처한 노동자를 못 본 척한다는 사실에 대해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며 "우리는 더 나은 대접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로버트 브루노 일리노이대 교수도 존디어가 임금 인상과 보너스, 연금제도 개선을 약속했음에도 파업이 발생한 것을 가리켜 "노동자들은 화가 난 상태"라며 최근 줄파업이 단순히 돈 때문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공급망 병목에 따른 인플레이션이 심각한 상황에서 파업이 더 늘어나면 생산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물가 상승 폭이 더 커지고 경제 회복이 느려질 것이란 우려를 제기한다고 WSJ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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