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에 "전 前대통령 못와 미안"…아들 재국씨·경호원 동행

5·18 취재진 질문엔 침묵…질문 잇따르자 인상 찌푸리기도

(서울=연합뉴스) 이유미 김연정 홍준석 기자 = 전두환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 여사가 28일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이 여사는 이날 오후 1시 53분께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를 방문했다. 아들 재국 씨가 이 여사의 손을 잡고 조문에 동행했다.

노 전 대통령의 별세 소식에 눈물을 지었던 것으로 전해진 전 전 대통령은 빈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유족인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 여사와 아들 노재헌 변호사가 이 여사를 직접 맞이했다.

이 여사는 유족들에게 "전두환 전 대통령께서 건강이 좋지 않아 함께 못 와 죄송하다"고 말했다고 노태우 정부 출신 임재길 전 청와대 총무수석이 유족을 대신해 취재진에게 전했다.

임 전 수석은 "이 여사와 김 여사는 오랫동안 같이 여러 일을 했기 때문에 옛날 이야기와 건강 이야기를 나눴다"며 "좋은 분위기로 말씀을 나눴다"고 전했다.

이 여사는 빈소에 10여 분간 머문 뒤 나오는 길에 오웅진 신부와 마주쳐 악수하고 잠시 담소를 나누기도 했다.

이 여사는 빈소 밖에서 '5·18 사과 생각이 없는가', '유족에게 무슨 말씀을 하셨나' 등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은 채 경호원 3명에 둘러싸여 곧바로 차량을 탑승해 현장을 빠져나갔다.

이 여사는 줄곧 무표정이었으며 취재진과 뒤엉키는 상황이 되자 잠시 인상을 찡그리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한편 사자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재판이 진행 중인 전 전 대통령은 혈액암의 일종인 다발성 골수종을 진단받고 투병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 전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은 육사 동기 사이로 1979년 12·12 군사 쿠데타로 전 전 대통령이 권력을 잡은 뒤에는 최고통치자와 2인자로 자리매김했다.

노 전 대통령은 전 전 대통령에 이어 13대 대통령을 지냈다.

앞서 전 전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의 부고를 듣고 "아무 말씀을 하지 않은 채 눈물만 지으셨다고 부인 이순자 여사가 전했다"고 전 전 대통령측 관계자가 지난 26일 밝힌 바 있다.

yum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