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주지사에 친트럼프 후보 당선…트럼프, 정치적 존재감 확인

민주당 내년 중간선거 암운…바이든 향한 공화당 공세 탄력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미국 민주당이 전통적으로 강세였던 버지니아주 주지사 선거에서 친트럼프 성향의 공화당 후보가 당선됐다.

CNN, AP통신 등에 따르면 글렌 영킨(54) 공화당 후보는 2일 치러진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에서 테리 매콜리프(64) 민주당 후보를 따돌리고 승리를 굳혔다.

CNN 집계에 따르면 개표가 99% 진행된 상황에서 영킨 후보는 득표율 50.7%로 매콜리프(48.6%) 후보에 앞서고 있다.

AP통신을 비롯한 미국 주요 언론들은 개표율이 98%에 이르자 영킨 후보의 당선이 확정됐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영킨 후보는 기업 경영자, 사모펀드 임원 출신으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열성적으로 지지하는 정치신인이다.

선거에서 패한 매콜리프 후보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등 민주당 유력 인사들과 가까운 정치인 출신으로 2014∼2018년 버지니아 주지사를 지냈다.

이번 선거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1년만에 맞붙은 대리전으로 해석되는 만큼 바이든 대통령은 상당한 정치적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보인다.

AP통신은 "이번 선거는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유권자들의 표심을 가늠할 첫 중대 시험대였다"며 "그 결과는 바이든 대통령 자신의 지지도에 대한 엄중한 경고 신호"라고 해설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행정부가 아프가니스탄 철군 때 혼란, 코로나19 재유행에 따른 어려움, 의회에서 난항을 거듭하는 법안 등으로 최근 몇 달간 흔들렸다는 점을 주목했다.

민주당에 버지니아는 유권자의 성향이 점점 진보적으로 변해가는 주요 표밭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1년 전 대선 때 버지니아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10%포인트 차로 누른 바 있다.

그만큼 미국 언론들은 이번 선거 결과를 '놀라운 공화당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공화당 후보가 버지니아 주지사가 된 것은 2019년 이후 12년 만에 처음이다.

민주당 거물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방문해 지원 연설까지 했다는 점에서 민주당 후보의 패배는 이변이다.

반대편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4년 대선 재도전을 시사하는 와중에 이번 선거로 정치적 존재감을 재확인했다.

영킨 후보는 친환경 에너지 전환, 낙태권, 마스크 착용 등 방역규제, 비판적 인종이론(CRT·인종차별이 백인 주도의 사회·법체계 차원이 문제라는 가설) 교육 등에 비판적이었다.

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위시한 미국 보수진영의 전형적인 논리다.

영킨 후보는 승리를 선언하면서 "버지니아의 행로를 바꿀 것"이라며 "그 변환을 취임 첫날부터 시작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에서 드러난 표심을 보면 민주당에는 내년 11월 중간선거에 암운이 드리웠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간선거는 연방 하원의원 전원, 연방 상원의원 3분의 1, 34개주 주지사가 새로 결정되며 현직 대통령의 중간평가 성격을 지닌 대형 정치 이벤트다.

공화당은 중간선거를 향해 가는 길에 이번 선거 결과를 계기로 바이든 대통령의 실정(失政)을 부각하며 지지세를 확대할 동력을 얻게 됐다.

초박빙으로 예상된 이번 선거에서 영킨 후보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짐짓 거리를 두고 주로 홀로 유세를 다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를 통해 공화당 내 안정적 지지를 확보했으나 적정거리를 지키며 트럼프식 정치에 피로를 느끼는 무당파로의 표심 확대를 공략해왔다.

AP통신은 "영킨 후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가장 열렬한 지지 세력과 교외 유권자를 결집해 당선됐다"라며 "지난 10년간 진보 진영으로 이동했던 버지니아주가 급격히 반전됐다"라고 해설했다.

매콜리프 후보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영킨 후보를 한 데 묶어 비난하는 데 주력했으나 바이든 대통령이 지지율 하락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공화당에 주지사직을 내주게 됐다.

또 다른 격전지인 뉴저지 주지사 선거에서는 3일 오후 4시(한국시간) 현재 84% 개표가 이뤄진 가운데 민주당 필 머피 주지사와 공화당 잭 시아타렐리 후보가 49.6%씩 표를 나눠갖는 초박빙세를 이어가고 있다.

nar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