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천400여종 인수 감염력 예측 결과, 영장류 1위…가축·시장거래 동물도 위험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가축을 비롯해 인간 주변에서 자주 접촉하는 포유류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일으키는 SARS-CoV-2에 감염됐다가 인간을 다시 감염시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천산갑을 비롯해 시장에서 산 채로 거래되는 야생동물도 마찬가지였다.

'2차 스필오버'(spillover)로 불리는 동물에서 사람으로의 재감염 과정에서 전염력이 더 강하고 백신에 반응하지 않는 새로운 변이가 생길 수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미국의 비영리 환경연구 단체인 '캐리 생태계 연구소'(CIES)에 따르면 이 연구소 생태학자 바버라 한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컴퓨터 모델로 포유류 약 5천400종의 인수(人獸) 감염력을 예측한 결과를 영국 '왕립학회보 B'(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에 발표했다.

세포의 코로나19 바이러스 수용체인 '안지오텐신 전환 효소 2'(ACE2)는 주요 척추동물은 모두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현재까지 ACE2 분석이 이뤄진 종은 326종에 그쳐있다.

이는 2차 스필오버를 일으킬 위험이 높은 동물을 가려내는 데 병목현상을 일으켜 왔다.

논문 책임저자인 한 박사는 "2차 스필오버는 잠재적으로 더 전염력이 강한 변이 바이러스를 인간에게 옮길 수 있다"면서 "SARS-CoV-2를 옮길 위험이 큰 포유류를 가려내는 것은 이 바이러스가 인간과 동물 사이를 계속 오가는 것을 감시하고 예방하는데 중요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위해 이미 분석된 ACE2 자료와 포유류 5천400여종의 생물학적 특성을 결합할 수 있는 컴퓨터 기계학습 모델을 개발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ACE2에 달라붙는 것만으로 바이러스의 복제와 배출, 전염이 이뤄지는 것이 아니어서, 지금까지 분석된 척추동물의 ACE2 아미노산 서열을 토대로 결합력을 기계 학습시키고, 생물·생태학적으로 비슷한 특성을 가진 동물의 인수 감염력을 예측했다.

그 결과,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밝혀진 흰꼬리사슴과 밍크, 너구리, 눈표범 등에서 일치하는 결과가 나오는 등 72%의 정확도로 인수 감염력을 예측했으며, SARS-CoV-2를 전파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많은 포유류를 추가로 밝혀냈다.

연구팀은 재감염 위험이 가장 높은 포유류가 인간 주변에서 키우는 가축이나 시장에서 산 채로 거래되는 동물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인수 감염력 상위 10%에는 13개 목(目)에 걸친 포유류가 포함됐는데, 그중 영장류의 인수 감염력이 가장 높고, 가장 강한 바이러스 결합력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축 중에서는 낙농과 목축업으로 키우는 물소가 가장 위험한 것으로 꼽혔다.

이와 함께 천산갑과 아시아 흑곰, 긴꼬리원숭잇과 마카크, 재규어 등 시장에서 산채로 거래되는 포유류들도 높은 인수 감염력을 가진 것으로 나타나 야생동물 거래 시장이 제기하는 위험을 다시 입증했다.

연구팀은 서부로랜드고릴라가 이미 SARS-CoV-2에 감염되고, 마운틴고릴라도 생태관광을 통해 감염될 수 있다면서 코로나19가 야생 동물 보호에도 도전을 제기하고 있다고 했다.

또 생물학자들이 연구와 관리를 위해 자주 접촉하는 회색곰이나 북극곰, 늑대 등도 모두 인수 감염력 상위 10% 이내에 있는 포유류라고 덧붙였다.

한 박사는 "이번에 이용된 모델은 거의 모든 포유류 종에 걸쳐 인수 감염력을 예측한 유일한 것"이라면서 "코로나19 바이러스 양성 반응이 새로운 종에서 나왔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목록을 다시 들여다보는데, 상위에 올라있는 것을 발견한다"고 했다.

eomn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