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29일 휴스턴대회에 혼복조 2팀 출전…민간교류 분위기 조성 기여할듯

한반도에서 충돌한 뒤 담을 쌓고 지내던 미국과 중국의 해빙을 이끈 '핑퐁외교'가 미중 '신냉전' 국면에서 50년만에 다시 시도된다.
국제탁구연맹(ITTF)은 미국 휴스턴에서 23∼29일(현지시간) 열리는 2021 세계탁구선수권대회 파이널스에 린가오위안(林高遠·중국·세계랭킹 7위)과 릴리 장(미국·35위), 카낙 자(미국·31위)와 왕만위(王曼昱·중국·4위) 등 미중 양국 선수로 구성된 혼합복식 2개조가 출전한다고 21일 홈페이지를 통해 밝혔다.
선수들은 경기에 함께 나서는 것 뿐 아니라 대회기간 함께 훈련하며 호흡을 맞추게 된다.
미중 선수들의 '연합 복식조' 구성은 양국 탁구협회의 승인 요청을 ITTF 집행위원회가 승인하면서 성사됐다.
린가오위안은 "이번 대회에서 정상에 서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며 릴리 장과 호흡을 맞추게 된 것의 최대 장점은 그가 중국어를 구사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릴리 장은 핑퐁외교 50주년을 맞아 "역사적인 순간이 될 것 같다"며 "중국 대표 선수들과 함께 하게 된 것은 너무 멋진 일"이라고 말했다.
류궈량 중국탁구협회 회장은 "50년전 선배들이 시작한 중ㄱ미 우호 관계를 어떻게 세워 올릴 수 있을지, 스포츠 이벤트와 활동을 통해 어떻게 이 관계를 증진할지를 고민했다"며 양국 탁구 협회가 연합팀 구성을 ITTF에 제안한 배경을 소개했다.
버지니아 성 미국탁구협회 최고경영자(CEO)는 "아주 오래전 그랬던 것처럼 스포츠는 또 한번 하나되게 하는 힘을 보여주고 있고, 탁구는 또 한번 역사의 물길을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핑퐁 외교는 1971년 4월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세계탁구선수권 대회에 참가했던 미국 선수단 15명과 기자 4명이 중국 선수단의 초청으로 방중한 일을 칭한다.
당시 미국 선수들은 저우언라이(周恩來) 총리와 면담하고 베이징, 상하이 등을 방문해 중국 선수들과 교류함으로써 중국의 6ㄱ25전쟁 참전 이후 20년 이상 적대 관계이던 양국이 관계를 개선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이번 미중 복식조 결성은 갈등과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미중 관계에 미세한 변화가 생길지 여부에 대한 관심이 커진 시점에 이뤄져 눈길을 끈다.
소련과 냉전을 치르던 미국과, 사회주의 진영 안에서 소련과 갈등하던 중국 사이에 관계 개선에 대한 이해가 일치했던 50년 전과 지금 상황은 다르지만 이번 이벤트가 양 정부의 갈등 와중에 덩달아 위축된 민간 교류를 되살리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기대도 존재한다.
미국과 중국은 지난 16일(한국시간) 영상으로 진행된 조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주석간의 첫 정상회담에서 양국간의 '충돌 방지'에 뜻을 같이 한 바 있다.
그러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정상회담 사흘 만인 18일 베이징 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외교적 보이콧은 선수단을 보내되 정부 사절단을 보내지 않는 것이다.
이에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신장(위구르 자치족 인권) 문제는 순전히 중국의 내정"이라며 "스포츠를 정치화하는 것은 올림픽 정신에 어긋나 각국 선수들의 이익에 해를 끼친다"고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