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비중 5.9%로 11년새 가장 커…'대 퇴직' 현상과 맞물려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미국도 자영업자가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이후 '대 퇴직(Great Resignation)' 현상과 맞물려 자영업자 규모가 세계 금융위기 이후 최대 수준으로 불어났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9일 보도했다.

미 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비(非)법인 자영업자는 올해 7월 957만명으로, 세계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이후 가장 많았다.

10월 현재 944만명으로 소폭 줄긴 했으나 여전히 금융위기 이후 다른 시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수준이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이전과 비교하면 미국 전체 취업자가 3%가량 줄어든 반면 자영업자는 오히려 6% 늘었다.

이에 따라 자영업자의 비중은 10월 현재 5.9%로 최근 11년 사이 최대를 기록했다.

인구조사국 자료에 따르면 올해 1∼10월 미 국세청(IRS)에 신규 사업자로 납세자식별번호(TIN)를 신청한 건수는 454만건으로, 2019년의 같은 기간과 비교해 56%나 급증했다.

이는 또한 2004년 이후 가장 최고 증가율이기도 했다. 사업자의 3분의 2가량은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였다.

이와 대조적으로 직원이 1천명 이상인 회사에 고용된 취업자의 비중은 2004년 이후 처음으로 줄었다.

지난 9월 퇴직자가 440만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할 정도로 '대 퇴직' 시대를 맞아 미국 회사들이 일손 부족에 시달리는 가운데 자영업자가 이같이 증가하고 있다고 저널은 전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가 닥쳤을 때 기업가나 프리랜서를 위한 애플리케이션(앱)이나 웹사이트, 회사들이 이미 출현해 있어 피고용인들이 자영업이라는 다른 선택을 하기 더 쉬워진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컨설팅업체 맥킨지의 에런 드 스멧 선임 파트너는 코로나19를 계기로 사람들이 "잠시 멈춰서서 그들의 우선순위를 재평가하게 됐다"고 말했다.

자영업 증가 추세는 여러 지표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미국의 수공예품 전문 온라인 쇼핑몰 엣시(Etsy)에 따르면 9월 30일 현재 활동 중인 판매자가 750만명으로, 2년 전보다 260만명 증가했다. 판매자 10명 중 8명은 여성이었다. 신규 판매자 10명 중 4명은 코로나19 관련 이유로 판매 일을 시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직 종사자들을 연결하는 소셜미디어(SNS) 업체 링크드인에 따르면 자신을 자영업자로 분류한 회원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4배로 늘어 220만명에 달했다.

저널은 아이를 돌보기 위해, 또는 가상화폐나 주식 투자를 전문적으로 하기 위해 자영업자로 돌아선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런 자영업 증가 추세의 일부는 일시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1990년대 후반 '닷컴 버블'이 꺼지면서 전업 개인투자자 붐도 사그라든 바 있다.

또 코로나19 기간 18개월 동안 지급된 연방정부의 추가 실업수당 덕분에 개인들이 자영업에 나설 재정적 여유를 갖추게 됐지만, 이런 추가 실업수당이 종료된 만큼 이들이 다시 '월급쟁이'로 돌아올 수 있다고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아울러 현재의 노동 부족이 완화되면 프리랜서들이 기존 회사들과 한층 더 치열한 고객 확보 경쟁을 벌여야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pseudoj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