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 남부연합군 장군 동상 밑에서 발견…책·조각물·총탄 등 담겨

(워싱턴=연합뉴스) 이상헌 특파원 = 미국 남북전쟁 당시 노예제를 옹호한 남부연합군 장군의 철거된 동상 아래에서 발견된 타임캡슐이 하루 만에 개봉됐다.

AP통신은 28일 버지니아주 전문가들이 전날 주도 리치먼드의 로버트 리 장군의 동상이 있었던 받침대 잔해에서 발견된 타임캡슐에서 책들과 돈, 탄약, 일부 서류 및 기타 물품들을 꺼냈다고 보도했다.

주 역사자원국 수석위원인 케이트 리지웨이는 1887년 묻힌 것으로 추정된 상자의 치수와 구리 재질은 물론 내용물도 역사적 기록과 거의 일치한다고 밝혔다.

버지니아주 도서관 기록에 따르면 당시 수십 명의 리치먼드 거주민과 단체 및 기업들이 남부연합 관련 기념품 등 타임캡슐에 담을 약 60개의 물품을 기증했다.

이 상자는 전날 리 장군의 동상이 있던 받침대 아래에서 발견됐다.

리 장군 동상은 작년 백인 경찰의 무릎에 목이 눌려 숨진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건으로 미국 전역에서 불거진 인종차별 항의 시위의 여파로 지난 9월 철거됐다.

당국은 기사 등 역사 기록에 따라 해당 장소에서 타임캡슐을 찾으려 했지만 실패를 거듭하다 최근 랠프 노덤 주지사가 제거를 명령한 리 장군 동상의 받침대 밑에서 발견됐다. 타임캡슐 무게는 16㎏에 달했다.

타임캡슐 상자는 축축한 곳에서 팽창해 서로 달라붙어 있었기 때문에 여는 데 어려움을 겪었으며 결국 한쪽 면을 잘라낸 뒤 뚜껑을 열었다.

안에는 물을 잔뜩 머금은 책들과 팸플릿, 신문, 남부연합 화폐 봉투, 남부연합군 장군이었던 스톤웰 잭슨 장군의 무덤 위에서 자란 나무로 만들어진 비밀결사조직 프리메이슨의 상징과 남부연합 깃발이라는 두 개의 인공 조각물이 들어 있었다.

단추, 동전, 남북전쟁 당시 사용됐던 총탄의 일종인 '미니볼'도 있었다.

리지웨이는 내용물이 축축했지만 "수프처럼 완전히 물에 잠긴 상태는 아니었다"며 "생각했던 것보다 상태가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 기대했던 '관 속에 누워있는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의 사진'이란 역사적인 희귀성을 가진 물품은 나오지 않았다고 AP는 전했다.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끈 링컨 전 대통령은 1865년 암살당했다.

다만 링컨의 무덤에서 애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1865년에 발행된 하퍼스 위클리의 인쇄된 이미지 한 장이 들어 있었다고 AP는 덧붙였다.

honeyb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