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타운 시니어 센터 재능기부 '최초의 원어민 영어 강사' 조나단 포에스텔씨

[목요화제]

은퇴 앞둔 65세 백인 변호사,'자원 봉사'지원 
"이민온 나라 언어 못하며 사는 것 안타까워
남은 여생 영어 쓰며 의미있고 재밌는 삶을"
다음 주 첫 수업 앞두고 "떨리면서도 기대 커" 

크리스마스를 앞둔 지난 20일 오전 머리가 새하얀 중년 백인 남성이 한인타운 시니어&커뮤니티 센터(이사장 정문섭·이하 시니어센터)를 찾아왔다. 하루종일 주로 한인들만 왔다갔다하는 시니어센터에 나타난 백인 남성의 출연에 모두 의아해 할 수밖에 없었다. 사무실에 들어은 그는 떠듬떠듬 한국말과 영어를 섞어 자신이 온 이유를 말했다.

“내달 새학기부터 시니어센터에서 재능기부 봉사활동 강사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저도 하면 안될까요?”

정문섭 이사장이 받아든 이력서에 쓰인 그의 이름은 조나단 포에스텔(Jonathon P. Foerstel·사진). 1956년생으로 올해 65세다. 본업은 변호사. LA에서 70마일 떨어진 엔텔롭 밸리에 살고있다.

그 먼 길을 한걸음에 달려온 그는 "한인 노인들에게 기초 영어를 가르치고 싶다"며 봉사활동 강사 지원서를 내밀었다. 

결국 내달부터 시니어센터에서 노인들을 상대로 기초영어를 가르치게 된 그는'시니어센터 최초의 원어민 영어 강사'라는 타이틀을 안게 됐다.  

은퇴를 앞두고 있는 그는 한인 지인의 소개로 시니어센터 봉사 프로그램에 대해 알게돼 지원서를 냈다.

포에스텔은 "미국에 오래 거주한 한인 1세대 노인들이 영어를 전혀 못하다시피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나라에 이민와 살면서 그 나라의 언어를 할 수 없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며 "남은 여생을 미국에서 '영어'라는 언어로 소통하며 더 의미있고, 재미있게 살 수 있도록 돕고 싶어 지원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평생 영어 회화를 멀리한 노인들을 영어로 말하게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 그가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는 문법에 대한 해박한 지식 없이도 배울 수 있는 간단한 생활 용어와 정확한 발음을 가르치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의 한국어 실력은 어느 정도일까. 그는 "기초 단어 정도는 한국어로 구사할 수 있다"며 "수업을 들은 노인들이 혼자서 기본적인 영어를 하게 되는 모습을 반드시 볼 수 있도록 하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언어교환 학습 프로그램인 헬로 토크 앱(Hello talk app)을 통해 한국인에게 영어를 가르친 경험이 있는 그는 인류학자인 어머니 밑에서 자라면서 어려서부터 다양한 인종과 언어에 관심이 많았다.

그 중에서도 유독 한국 문화와 인연이 깊다. 시카고에서 태어나 메릴랜드 주 한인 타운으로 알려진 하워드카운티 엘리콧시티에서 줄곧 자란 그는 지난 1978년 캘리포니아로 이주했다. 지난 40년간 변호사 외길 인생을 걸어온 포에스텔은 한국 드라마와 영화, 책을 통해 한국 문화를 접하고 한인 교회에 나가 틈틈히 한국어도 배워왔다. 

즐겨먹는 음식도 한식이다. 보쌈과 양념 치킨, 순두부와 코리안 바베큐 등을 좋아한다.

다음주 첫 수업을 앞둔 그는 "떨리면서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특히 "한인들이 불편해하는 문화 중 하나인 누군가를 지목해서 대답하게 하거나 불러내는 행동은 절대 안할 생각"이라며 "대신에 실수해도 괜찮다는 미국식 문화를 알려주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