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들아 날들아 날아라

                            김준철

 

불안에 떨리던 바람의 날들아
슬픔에 아파하던 비명의 날들아
어둠에 푸석이며 깨어나던 아침아
웅성임에 귀를 막고
애써 잠들던 밤들아

일어났던
일어나고 있는
일어날 일들의
아우성치는 날들아

문으로 창으로 드나들던
한 날의 신열처럼 회오리치던
날들아
날아서 날려서
담담하여라

노동의 하루하루가 이어짐으로
새벽과 밤의 안부가 따스하고 부드럽기를
친절하고 잔잔하기를

그렇게 다시 시작하는 날이기를

2년의 시간,
달라진 것은 없다. 아니, 모든 게 달라졌다.
세상은 들썩였고 아우성치다 때론 숨죽이고 문틈으로, 창틈으로 세상을 훔쳐보고 있었다.
어찌하지 못함에 손 놓고 멍하니 해가 뜨고 지는 모습을 바라보기도 했다.
아직 사랑하는 사람들의 주변에서 그들을 느끼고 가벼운 일상을 나누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함을 느낀다.
우린 어쩌면 조금은 더 담담하게 우리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 여유를 가져야 할 것 같다.
아무렇지 않게 휘파람을 불며 산책하듯 새날을 담았으면 좋겠다.

☞김준철 시인은.
청록파 시인 박목월의 외손자로 현재 미주한국문인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시대문학'시 부문과 '클루라'미술 평론 신인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