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면

자꾸만 쓰러지고만 있던 날이었다.
하늘이었다

며칠째 하늘은 어둡다.
그 어떤 것 하나 결정 내리지 못한 채
그늘진 얼굴로 힘겹게 떠 있을 뿐이었다

쏟아지듯
쓰러지는 하늘이 문득 고개 들어
나를 바라본다

누구였나
하늘 밑 그 깊은 골짜기에서
내게 길을 묻던 이는…

난 비를 맞는다.
하늘을 맞는다


근래 감사하게도 비가 많이 왔다. 
목마른 캘리포니아에 더없이 반가운 손님이었고 단비였다.
하지만 그 덕에 하늘은 내내 어둡고 무겁고 냉랭했다.
연말연시였음에도 시끌벅적하고 들뜬 느낌보다는 웅성거리는 바람 소리가 더 크게 들리는 것 같았다. 여전히 어두운 현실에 두려워하고 걱정하는 사람들의 표정을 하늘이 드러내 주는 것 같았다.
며칠 전, 땅을 향해 내리치는 빗줄기를 바라보며 우리의 걱정을 모두 씻어가 주기를 기도했었다. 비가 멎었고 해는 떴다. 캘리포니아 특유의 짙은 파란 하늘이 드러났다. 기도를 들어주셨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환한 하루를 보냈다. 
새해는 이 글을 읽는 독자 모두 그렇게 환하고 밝으시길 소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