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1995년 미국 오클라호마 폭탄 테러 현장에서 5명의 인명을 구해낸 '시각장애인 영웅' 레이먼드 워시번이 지난 16일 자택에서 75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고 AP통신이 23일 보도했다.

사촌 리처드 위트먼은 이날 지역 방송과 인터뷰에서 "사건 당일 현장에서 행동뿐 아니라 그가 살아온 인생의 모든 모습이 자랑스럽다"며 "삶을 살아가고, 일하고, 생활하면서 길을 만들어온 그 모든 방식에서 그는 영웅이었다"고 했다.

오클라호마 지역의 아메리카 원주민인 '유치 족' 출신인 워시번은 1995년 4월 19일, 오클라호마시티의 한 연방정부청사에 대한 폭탄 테러가 발생했을 때 건물 4층에서 자신이 운영하던 스낵바를 지키고 있었다.

당시 폭탄이 가득 실린 차량이 청사로 돌진하면서 어린이 19명을 포함해 168명이 숨지고 680여명이 다쳤다.

폭발의 충격에서 다행히 살아남은 워시번은 스낵바에 함께 있던 손님 4명과 직원 1명을 침착하게 대피시켰다.

오클라호마 추모 박물관에 기록된 인터뷰에 따르면 그는 당시 상황에 대해 "보이지 않아서 오히려 내가 그 사람들보다 유리했다"며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바로 그 순간이 찾아왔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워시번의 한 지인은 장례식장에서 "그의 마음씨가 어둠을 밝히고 사람들을 안전한 곳으로 이끌었다"며 "사람들이 계속 나아갈 수 있도록 계단을 내려가도록 안내했고 '힘내자, 얼른 나가자'고 격려했다"고 말했다.

당시 폭탄 테러는 한 전직 미군이 2년 전 한 종교 단체를 상대로 한 연방 정부의 섬멸 작전에 불만을 품고 저지른 것이었다. 2001년 9·11 테러 이전까지 미국에서 벌어진 가장 치명적인 테러로 기록됐다.

주범 티머시 맥베이는 2001년 사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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