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7차전 레바논과 원정 경기
삼각 편대 캡틴 손흥민.황희찬 부상 이탈에도 어느 때보다 자신감 가득

손흥민(토트넘)도 없고, 황희찬(울버햄턴)도 없지만 그가 있어 든든하다. 프랑스 리그1에서 첫 해트트릭(3골)을 쏘며 아시아 골잡이 새 역사를 쓰는 공격수 황의조(지롱댕 보르도)다. 이제 그는 축구국가대표 '벤투호'의 카타르 월드컵 본선행 조기 확정을 알리는 '축포'에 도전한다.
황의조는 27일 오후 9시(한국시간) 레바논 시돈 사이다 무니시팔 경기장에서 킥오프하는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7차전 레바논과 원정 경기 출격을 기다린다.
지난 최종 예선 6경기에서 4승2무(승점 14)를 기록한 한국 축구는 잔여 4경기를 남겨두고 이란(승점 16)에 이어 월드컵 본선 직행권이 주어지는 조 2위를 마크 중이다. 3위 아랍에미리트(UAE. 승점 6)와 승점 차가 8이다. UAE는 이번 7차전에서 시리아를 상대한다. 한국이 레바논을 잡고 UAE가 무승부 이하 성적을 거두면 남은 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월드컵 본선행이 확정된다. 올 11월 예정된 월드컵 본선을 한결 여유롭게 대비할 수 있다. 혹여 7차전에서 판가름이 나지 않아도 내달 1일 예정된 시리아와 8차전에서 역시 본선행 조기 확정에 도전할 수 있다.
황의조의 발끝에 시선이 쏠린다. 이번 '벤투호'엔 주장 손흥민, 황희찬 두 핵심 윙어가 부상으로 이탈했다. 황의조와 그간 공격 삼각 편대로 중용된 만큼 둘의 공백은 뼈 아프다. 그만큼 황의조의 어깨가 무거워졌다는 얘기다.
하지만 어느 때보다 자신감으로 가득하다. 그는 소집 직전 열린 지난 23일 스트라스부르와 리그 22라운드에서 유럽 진출 이후 처음으로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단순한 3골이 아니다. 전반 왼쪽에서 올라온 크로스 상황에서 상대 수비가 헛발질했음에도 정확한 위치 선정과 더불어 논스톱 슛으로 골문을 갈랐다. 이어 전반 막판 페널티박스 오른쪽에서 중앙으로 이동하며 절묘한 왼발 감아 차기 슛으로 두 번째 골을 넣더니 후반 막판엔 오른발로 정교하게 감아 차 상대 골문을 저격, 팀의 4-3 신승을 이끌었다. 위치 선정부터 양발 감각 모두 물이 오를 대로 올랐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2019~2020시즌 일본 J리그 감바오사카를 떠나 보르도에 입성한 그는 측면과 중앙을 오가면서도 첫 시즌 6골(24경기)을 잡아내며 연착륙했다. 이후 역량을 가장 잘 드러낼 최전방에서 주로 뛰면서 지난 시즌 리그 두 자릿수 득점(12골)을 해냈고 올 시즌엔 현재까지 리그 17경기에서 9골을 기록 중이다. 팀 내 최다 득점 1위이자 2년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이 눈앞이다. 빅리그에서도 그의 재능이 통하자 보르도는 '이적 불가' 방침을 내세우고 있다. '쉬드우에스트' 등 프랑스 주요 언론은 '보르도는 황의조에게 (타 팀에서) 1500만 유로(203억 원)의 이적 제안이 와도 팔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보르도는 2019년 여름 황의조를 영입할 때 200만 유로(27억 원)를 지급한 적이 있다. 한 마디로 3년 사이 황의조의 몸값이 7배 이상 뛰어오른 것으로 보르도는 쉽게 그를 내주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이런 흐름은 황의조에 대한 신뢰를 굳건히 하는 요소다. '벤투호'와 궁합도 잘 맞는다. 그는 A매치 14골(40경기)을 기록 중인데 벤투 감독 체제에서만 13골을 터뜨렸다. 지난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을 앞두고 최종 엔트리에서 탈락한 그는 전성기 나이에 카타르에서 첫 월드컵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로 가득하다. '붙박이 원톱'으로 불리지만 스스로 긴장의 끈도 놓지 않는다. 
최근 국내파로 꾸린 대표팀의 터키 전지훈련 기간에 열린 두 차례 평가전(아이슬란드.몰도바)전에서 최전방 자원인 조규성(김천.아이슬란드전 선제골), 김건희(수원 삼성.몰도바전 도움)가 호평을 받았기 때문이다.
황의조는 4년 전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지 못한 '실패 경험'을 토대로 방심 없이 후배들과 끝까지 선의의 경쟁을 하려는 마음이다. 또 그는 부상 여파로 최종 예선 5~6차전 명단에서 제외되는 등 최근 태극마크를 달고 골 맛을 보지 못했다. 레바논전은 자신의 존재 가치를 입증하면서 월드컵 꿈에 한 발 더 다가가는 장이 되기를 소망하고 있다. 

김용일기자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