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앤장 전관예우·회전문 인사 지적에 韓 "너무 나갔다" 반박

5년 만에 정권교체 공수교대 한 여야…韓 이력 등 두고 날 선 신경전

(서울=연합뉴스) 이슬기 기자 = 5년 만에 공수교대를 이룬 여야는 2일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한 후보자의 국무총리직 수행의 적절성을 놓고 격돌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한 후보자의 김앤장 재직 시절 전관예우·회전문 인사, 배우자의 그림 판매 등을 집중 거론하며 공격했다. 김앤장과 공직을 오간 데 대해선 '얼굴마담', '로비스트 활동', '총리 찬스'(강병원 의원), '브로커'(남인순) 등으로 몰아붙이며 부적절함을 주장했다.

2007년 노무현 정부 당시 한 후보자의 첫번째 국무총리 인사청문회에서도 도마에 올랐던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매각 개입 의혹과 함께 1989∼1999년 이뤄진 부동산 임대차 계약도 이날 청문회에서 소환됐다.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의 총리와 고위 공직자들 사례를 일일이 거론하며 역공에 나섰다. 문재인 정부가 세운 7대 공직자 배제 사유에 한 후보자가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아가 한 후보자가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검증을 마치고 고위직에 기용된 인사라는 점을 부각했다. 이날 청문회에서 민주당의 공격은 '자기부정'이라는 논리를 폈다.

특히 한 후보자가 참여정부 총리 출신이어서 비판의 날이 무딜 것이라는 일각의 예상과 달리 민주당 측은 "전관예우 끝판왕"이라는 표현을 쓰며 공세에 열을 올렸으나,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 때 인사들도 이같은 의혹을 갖고 있지 않았나"라며 되받아치는 등 한 치의 양보도 없는 공방이 벌어졌다.

의혹을 제기하는 민주당 청문위원과 한 후보자 사이 설전도 오갔다.

한 후보자는 론스타 의혹이나 회전문 인사 비판 대목 등에서 양손을 내저으며 부정했다. "너무 나갔다. 동의할 수 없다. 더이상 드릴 말씀이 없다"(민주당 강병원 의원 질의에서) 등 표현으로 강하게 반박하기도 했다.

과거 미국 AT&T와 모빌오일코리아와 임대차 계약을 맺은 것에 대가성이 있지 않느냐는 취지의 민주당 김회재 의원의 질문에 한 후보자는 "그 의혹은 2007년 (청문회에서도) 아마 똑같은 질문을 하셔서 대개 말씀드린 것 같다"며 방어하기도 했다.

민주당 강병원 의원은 박근혜 정부 당시 안대희 전 대법관이 총리 후보로 지명됐다가, 변호사 수임료 16억원 등 논란으로 자진사퇴 한 일을 거론하면서 "한 후보자가 10년간 44억원을 축재한 것은 국민 눈높이에서 보면 안 전 대법관처럼 자진사퇴 사유가 될 것 같나. 권력과 명예에 돈까지 다 가져야 속이 후련하겠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 의원은 "전직이 현직에 전화해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는 것만이 전관예우가 아니다. 부당한 청탁이나 로비를 하지 않더라도 공공기관에서 먼저 알아서 전직 공직자의 업무 편의를 봐주는 경우도 있다"라며 "로비스트에게 공직사회가 포위된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같은 당 김의겸 의원은 "김앤장으로부터 20억원을 받았고, 수십년 어울렸던 친밀한 후배들에게 (한 후보자가) 전화 한 통 하지 않았다는 것을 믿기 어렵다"라고 했다.

남인순 의원은 한 후보자의 김앤장 고문 이력을 두고 "고문의 역할이 사건을 수임하고 지원하는 로비스트인지 브로커인지 헷갈린다"며 "37년 동안 공직에서 일하다가 김앤장에서 브로커 내지는 로비스트로 불리는 것에 대해 부끄럽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쏘아붙였다.

신동근 의원은 부영주택이 한 후보자 배우자의 그림을 사들인 것을 두고 "총리 출신 주미대사인 한 후보자가 부영주택의 미국 진출에 나름대로 역할을 했기 때문에 아마추어 작가 작품을 수천만원대에 구매해준 게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고액 자문료를 문제 삼자, 문재인 정부 출신 인사들의 자문료를 거론하며 맞불을 놨다.

성일종 의원은 "서훈 국가안보실장은 월 천만원씩 1억 2천만원,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은 9천만원을 자문료로 받았다"며 "총리를 지낸 한 후보자는 다른 후보자보다 비교적 (자문료가) 적다"고 엄호했다.

이어 "연봉과 관련해선 한 후보자는 4억 8천만원 정도 받았는데 김오수 전 검찰총장은 3억 4천만원, 송영무 전 해군참모총장도 3억 6천만원 정도였다"며 "(한 후보자는) 자문료도, 연봉도 축재한 게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2007년 노무현 정부의 총리 청문회 속기록 서류를 꺼내 들기도 했다.

전주혜 의원은 미국 AT&T와 모빌오일코리아와 맺은 임대차 계약과 관련해 "만약 문제가 됐다면 그때 청문회에서 문제가 됐어야 한다. 임명됐다면 (문제가) 안 되는 것"이라며 "지금 또다시 문제 삼는 것은 일사부재리"라고 주장했다.

전 의원은 "한 후보자 경력을 보면 노무현 정부에서 국무조정실장, 부총리, 국무총리 등 요직을 거쳤다. 노무현 정부에서 어떤 역할을 맡아 성과를 냈는지 답변 달라"라고 말했다. 현재 민주당의 한 후보자에 대한 공격의 정당성을 허물어뜨리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전 의원은 한 후보자가 일했던 김앤장에서 론스타 대리인을 맡았던 일과 관련해선 "2002년 11월∼2003년 7월 김앤장 고문으로 8개월 일한 기간 회의록을 보면 한 후보자가 '론스타의 대리인을 김앤장이 하고 있는지 몰랐다'고 답변했다'며 "론스타 사건을 김앤장이 처리한 것과 한 후보자는 전혀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김미애 의원은 "오늘 검증의 상당 부분은 2007년 총리 청문회 이전인 1989∼1999년, 즉 23∼33년 전 주택임대차 계약에 대한 질의였다"며 "그렇다면 2007년 인사검증 때는 도대체 무엇을 했나. 그때 제대로 검증 안 했다는 자기부정에 이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인사 기준으로 정한 7대 배제 사유를 보면 병역 의무는 육군 만기 전역, 세금 탈루는 전혀 없어 보이고 위장전입도 없고 논문표절·음주운전·성범죄는 더더욱 관련 없다"고 옹호했다.

같은 당 최형두 의원은 "왜 민주당 정부에서 총리로 중용하고 일해온 분을 (총리로) 썼겠나"라며 "퍼펙트스톰(perfect storm·한꺼번에 덮치는 위기) 때문"이라고 언급, 한 후보자가 과거 민주당 정부에서 발탁된 점을 부각했다.

wis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