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 위기 딛고 명성 회복…코로나19 타고 안방 시장 성장

해외 공략도 가속화…막걸리 주조 관심 외국인 늘어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한국에서 한때 명맥이 끊길 위기까지 내몰렸던 전통주 막걸리가 다시금 젊은 세대와 글로벌 무대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고 미국 CNN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NN은 '한국의 막걸리는 어떻게 소주의 그늘에서 벗어나고 있나' 기사에서 한국에서 되살아난 막걸리 위상을 조명하고 막걸리가 세계 무대까지 진출해 새로운 한류로 거듭날 수 있을지 주목했다.

이 매체는 막걸리를 한국어 발음대로 'Makgeolli'라고 표기하며 다시 막걸리가 젊은 세대의 주목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일례로 글로벌사이버대학교 김경섭 교수의 막걸리 제조 수업에서는 수강생 절반이 사업가고 이중 상당수가 30대 이하 여성이다.

10년 전 같은 수업을 듣는 수강생이 대체로 은퇴 후 취미로 막걸리를 만들려는 50대 이상 중장년층이 주를 이룬 모습과는 완전히 다르다.

막걸리는 식민지 시절과 식량난을 거쳐 명맥이 끊길 위기에 놓였다가 민간과 정부 노력으로 되살아난 역사가 있다.

과거 막걸리는 집에서 종종 직접 빚기도 했지만 일본 식민지 시절 모든 주류 제조에 세금과 면허가 요구되면서 가내 양조업자는 표준화된 공업용 주류 제조사에 밀려나게 됐다.

해방 이후 1960년대에도 식량 부족으로 쌀을 이용해 술을 빚는 게 금지되면서 소주 열풍이 불었다가 경제가 성장하고 쌀 공급도 넉넉해지면서 1989년 쌀막걸리 금지가 풀렸다.

이후 1995년 집에서 막걸리를 빚는 게 다시 합법화되거나 2017년 전통주의 온라인 판매가 허용되는 등 관련 규제가 완화되고 민간 연구 노력도 함께 진행되면서 막걸리는 점차 옛 명성을 되찾아갔다.

막걸리는 한국 안방 시장에서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고 해외 시장 공략에도 나선 상황이다.

국내에서는 특히 술집·식당에서 마시는 게 제한됐던 코로나19 시기에 막걸리의 온·오프라인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

지난해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주류 시장이 1.6% 후퇴한 가운데 막걸리 시장은 52.1% 성장했다.

2009년 출시된 프리미엄 막걸리 브랜드 복순도가의 김민규 대표는 올해 미국과 오스트리아에서 막걸리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했다. 복순도가는 한류가 자리 잡은 옆 나라 일본에서는 이미 그 인기를 증명했다.

김 대표는 지난 몇 년간 한국의 소프트파워가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로 확장했다며 막걸리도 같은 추세를 탈 수 있다고 말했다.

한류에 관심 있는 외국인이 막걸리를 주목하는 현상도 커지고 있다.

호주 출신 줄리아 멜로 '더술컴퍼니' 대표는 주로 외국인 고객을 대상으로 막걸리 교육과 상담을 제공한다.

멜로 대표는 사업이 코로나 기간 4배 성장했다고 전했다.

그는 "고객들은 한국에서 사람들이 막걸리를 즐기는 모습을 보고 본국으로 (막걸리를) 가져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kit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