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병역 특례가 다시 화두가 되고 있다.

방탄소년단으로 촉발된 병역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인 가운데, 피아니스트 임윤찬(18)의 병역 특례 여부가 주목받으면서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안윤찬이 지난 18일 반 클라이번 국제피아노콩쿠르에서 역대 최연소로 우승을 차지하며 병역 특례 여부가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임윤찬은 일찌감치 3년 전인 2019년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에서 우승해 대체복무가 확정된 상태였다. 이에 대중문화예술인의 병역특례에 대한 관심도 다시 이어지며 대중문화계에도 차별 없이 병역 혜택이 주어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행 병역법에 따르면 국위선양 및 문화창달에 기여한 예술·체육 특기자는 군 복무 대신 예술·체육요원으로 복무할 수 있다. 이들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지휘·감독 아래 병무청장이 정한 해당 분야에서 34개월 복무하면 된다. 사실상 입대 공백 없이 계속 활동을 이어갈 수 있다. 그러나 클래식, 국악 콩쿠르와 같은 순수예술 분야에서 우승하면 10대 중반에도 대체복무 대상이 될 수 있는 반면 대중문화예술인은 국가에서 공을 인정해 훈·포장을 받아도 병역 연기에 그친다.

대중문화예술인 병역 특례 형평성 논란은 방탄소년단이 미국 빌보드 메인차트 ‘빌보드 200’, ‘핫 100’ 등을 석권하는 등 세계 음악 시장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으면서 주기적으로 제기됐다. 1992년생인 진은 2020년 대중문화예술 분야 우수자로 선정돼 만 30세가 되는 해인 올해까지 입대를 연기했다. 병역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을 경우 당장 올해 입대해야 한다. 이후 1993년생 슈가, 1994년생 RM, 제이홉 그리고 1995년생인 뷔, 지민, 1997년생 정국이 차례로 입대하게 된다. 이럴 경우 완전체 활동까진 최소 2~3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임윤찬이 병역특례를 받을 만한 국위선양을 했단 점은 부인할 수 없지만 무엇보다 대중문화예술에 대한 병역특례 문제를 상기시켜줬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방탄소년단이 K팝과 국내 관광 산업에 기여한 업적이 순수예술인들에 못지않다는 건 이미 수치적인 성과 외에도 수없이 쏟아지는 국내, 외신 기사들과 정치인들의 발언으로 증명됐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방탄소년단의 콘서트 1회당 1조2000억원에 달하는 생산유발효과를 일으키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미 세 차례 유엔총회 연설과 미국 3대 대중음악 시상식을 휩쓸고 최근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백악관 대담 등 ‘국위선양’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방탄소년단 역시 여느 보이그룹들처럼 병역 문제가 활동의 걸림돌이 됐다. 실제로 보이그룹은 병역 문제로 인해 성장에 발목이 잡히곤 한다.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에 데뷔해 20대 중·후반에 전성기를 구가하는 보이그룹 멤버들은 입대시기가 다가오면 멤버들이 번갈아 가며 군대에 가게 되면서 완전체 공백기가 길어지게 된다. 이에 몇몇 아이돌 그룹은 군에 간 멤버를 제외하고 앨범을 내기도 하지만 완전체 활동만큼의 시너지가 나오기는 힘들다. 또한 긴 공백기 이후 완전체가 컴백해도 전성기는 주춤할 수밖에 없다. 결국 방탄소년단 역시 갑작스러운 활동 중단 선언과 함께 개별 활동을 택했다.

가요계에선 K팝 선봉에 선 방탄소년단이 이 길을 뚫어주지 못한다면 다시 이런 논의의 기회조차 오기 힘들 것이라고 보고 있다. 가요계 한 관계자는 “K팝의 글로벌 인기에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지만 여전히 클래식과 같은 순수예술과 대중예술의 차별이 저변에 깔려있다”며 “물론 국내 보이그룹을 비롯한 대중문화예술인들의 예술요원 자격 기준에 대한 신중한 협의와 국가적 합의가 필요하다. 그런데 지금은 국회에서 1년 넘게 적극적인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국내 보이그룹에게 빠르게 변화하는 연예계에서 언제 군대를 갈지 모른다는 점과 경력 단절의 부담은 팀 활동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더 늦기 전 대중문화예술인에 대한 병역특례 제도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내 주요 음반제작사와 유통사, 해외직배사로 구성된 한국음악콘텐츠협회(이하 음콘협)가 예술·체육요원의 병역 특례에 형평성이 보장돼야 한다며 제도 개선을 거듭 촉구했다. 반면 최근 이기식 병무청장은 “공정이라는 화두, 이것은 병역의무에 있어 불변의 화두”라며 방탄소년단의 병역특례 적용 문제를 신중히 다뤄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지난 23일 여론에 따라 결정하겠다며 “제가 지금 먼저 언급할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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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빅히트 뮤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