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 기둥도 없이 야외에 침대 1개만 덩그러니”

[스위스]

시골 마을의 이색 숙소 ‘제로 스타 호텔’

쌍둥이 설치미술가 형제 이벤트 프로젝트

“방에만 있지말고 바깥 세상도 바라보라”

주유소 옆 등 4곳에 설치, 9월까지 운영

지붕과 기둥도 없이 야외에 침대만 덩그라니 놓여있는 호텔. 과연 이 호텔에 예약할 사람이 있을까.

스위스의 작은 시골 마을 사이옹에 이같은 호텔이 있다. 이름하여 ‘눌 스턴 호텔’(Null Stern Hotel)이다. 독일어로 ‘별 0개’라는 말로 한국어로 직역하면 ‘제로 스타 호텔(0성급 호텔)’이다.

사실상 노숙과 다를 바 없는 이 호텔은 날씨가 좋지 않으면 예약취소가 가능하다. 50~200m근처에 샤워와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고, 악천후에 대비할 수 있다.

그렇다고 값싼 모텔 취급하면 안된다. 석식과 조식이 제공되고 최고급 호텔에서 제공되는 바틀러((Butler·집사) 서비스가 포함된다. 지역 주민이 맡고 있는 버틀러는 하얀 셔츠에 빨간 나비 넥타이를 맨 채 환영 서비스로 와인과 아침 식사를 제공하며 야간 비상 서비스도 한다. 올해의 버틀러는 아이옹의 현직 시장이다.

사실 이 호텔은 스위스 출신 쌍둥이 설치미술가 리클랭 형제의 이벤트 프로젝트다. 10여 년 전부터 이 같은 호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리클랭 형제는 “이 호텔에 투숙하는 것은 잠을 자는 게 목적이 아니고 사회 변화를 촉구하는 성명과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방 안에만 있지 말고 바깥세상을 좀 바라보라는 정치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해서 장소에 따라 기후 변화나 인구 문제 등을 피부로 느끼는 하룻밤이 되는 것이다.

호텔(침대)이 들어서는 곳은 매년 다르다. 올해는 동네 언덕, 포도밭, 구릉지, 그리고 주유소 옆 등 네 곳에 비치했다.

지난 1일 9월 18일까지 실제 손님을 받는다. 가격은 1박에 325 스위스 프랑(377달러)이다. 누구나 홈페이지로 신청 가능하고, 실시간 예약 현황도 확인할 수 있다.

생각보다 인기가 좋다. 다만 주유소 옆 부지에 설치한 호텔(침대) 예약자는 아직 1명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