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장기화 사지 내몰린 주민들 “먹을 게 없다”

[우크라이나]

마리우폴 시내 곳곳에 덫 설치

러시아군에 함락된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의 주민들이 기근에 시달린 나머지 비둘기를 잡아먹는 일까지 벌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CNN에 따르면 바딤 보이첸코 마리우폴 시장은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주민들이 먹고살기 위해 비둘기 덫을 설치하고 있다”며 “1932~1933년 대기근 때 있었을 법한 일이 21세기 유럽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마리우폴 시의회는 실제 주민들이 비둘기를 포획하기 위해 설치한 덫이라며 사진을 공개했다. 막대기에 줄을 묶어 플라스틱 박스를 비스듬히 세워둔 모습이다.

보이첸코 시장은 “주민들을 비둘기 사냥으로 내몬 것은 전쟁 이전까지 온전한 삶을 살았던 이들에 대한 조롱이자 대학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동시에 주민들을 향해서는 비둘기를 먹는 행위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보이첸코 시장에 따르면 마리우폴 3호 1차 진료 센터장 올렉산드르 라자렌코 소장은 “야생 비둘기는 각종 바이러스, 박테리아, 곰팡이에 노출돼 있다”며 “비둘기 고기는 진균감염증, 뇌염, 앵무병, 살모넬라증, 톡소플라스마증 등 여러 질환의 원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 질환들은 특히 아이들과 노인들에게 위험하며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