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미국 연방대법원의 낙태권 폐기 판결 이후, 체외수정까지 금지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난임 부부와 이들을 담당하는 의사들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미 일간지 뉴욕타임스(NYT)가 5일 보도했다.

대법원 판결로 낙태 금지를 시행할 주(州)에서 명시적으로 자궁 밖에서 수정된 배아까지 금지 대상으로 명시하고 있지는 않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로 대(對) 웨이드' 판결 뒤집기로 산전 유전자 검사와 수정란의 보관·폐기에 대한 통제가 더 쉬워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시험관아기시술로도 불리는 체외수정은 고령이거나 미혼인 여성, 동성 부부 등이 주로 이용하는 보조생식술이다.

임신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여성에게 과배란을 유도, 여러 개의 난자를 채취해 자궁 밖에서 수정시키는 방법이다. 의사들은 이 중 1∼2개를 자궁에 이식하고, 나머지는 폐기하거나 추가 시술 가능성 등을 고려해 냉동 보관한다.

낙태를 금지하는 움직임은 배아와 관련한 법적 의문으로 이어지고 있다.

의사들이 어떤 배아를 이식할지 결정하기 위한 유전적 검사를 계속해서 허용할지, 불필요한 배아가 버려지는 것을 막고 입양을 위해 기증하거나 영구히 보관하도록 할 것인지, 착상을 위해 해동된 배아가 살아남지 못한다면 병원은 법적 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는가 등의 물음이다.

대법원 판결 이후 난임병원에는 냉동된 배아를 낙태권이 보장된 주로 옮겨야 하는지를 묻는 환자들의 전화가 쏟아졌다고 NYT는 전했다.

현재까지 발효된 낙태금지 법률 조항은 불임시술로 인한 배아는 명시적으로 그 대상으로 삼고 있지 않다.

미국생식의학회(ASRM)은 대법원판결과 동시에 낙태 규제를 시행할 수 있도록 한 '트리거(방아쇠) 조항' 13개를 분석, 불임환자와 그들을 시술한 의사들에게 즉각적인 위협이 되지는 않는다고 결론내렸다.

주요 낙태 반대 단체들은 NYT와의 인터뷰에서 일단 보조생식술은 그들의 우선순위가 아니라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모든 배아는 확실히 인간이라고 믿는다면서도, 낙태 금지의 틀 안에서 체외수정 배아를 규제하는 걸 우선 목표로 삼지는 않는다고 했다.

다만 체외수정이 점차 그들 논의 대상의 일부가 되고 있다는 단체도 있었다.

그러나 법률 전문가들은 일부 주에서 낙태 금지법을 마련함에 따라 '열정적인' 검사가 의욕을 앞세워 관련 소송을 제기할 경우, 환자와 시술자뿐만 아니라 배아들의 지위가 취약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난임환자의 단체 '리졸브'(Resolve)의 바버라 콜루라 회장은 배아의 국가통제를 주장하는 입법 시도를 많이 봐왔다고 지적했다.

콜루라 회장은 "우리는 반격했고 당시엔 '로 대 웨이드' 판결이라는 안전장치가 있었지만 이제 더는 그런 게 없다"고 했다.

지난 1년간 최소 10개 주에서 공화당 의원들이 이 냉동 배아에 법적인 인격을 부여하는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통과된 법안은 없지만, ASRM 정책분석가들은 이러한 법이 '포스트 로'(post-Roe)의 세계에선 더 흔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NYT는 낙태 금지령이 향후 난임 환자와 의사들에게 미칠 영향이 분명하지는 않지만, 이와 관련한 선제적인 조치가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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