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피해 소녀, 낙태 금지된 오하이오 대신 인디애나서 시술

주 법무장관 "보고 안한 건 범죄"vs의사 "명예훼손 하지마" 소송

(서울=연합뉴스) 김동현 기자 = 미국에서 성폭행을 당한 10세 소녀의 낙태를 도운 의사가 이를 '범죄'라고 지목한 주(州) 법무장관을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시작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9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인디애나주의 산부인과 의사인 케이틀린 버나드의 변호인은 이날 토드 로키타 인디애나주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는 통지를 법원에 제출했다.

버나드는 로키타 법무장관이 최근 방송 인터뷰에서 버나드가 낙태를 관계 기관에 보고할 의무가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은 이력이 있다고 주장한 것을 문제 삼았다.

인디애나주는 16세 이하에 대한 낙태에 대해서는 3일 내 보고를 의무화하고 있다. WP는 로키타 법무장관의 주장과 달리 버나드가 기한 내에 관계기관에 보고했다고 설명했다.

버나드는 통지서에서 "로키타는 자신의 발언이 거짓임을 알았거나 발언의 진위를 무시하고 무모하게 행동했다"며 "미국 내 현 정치 분위기를 고려하면 로키타의 발언은 합법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 버나드에 대한 대중의 비난을 키우려는 의도가 있다"고 주장했다.

버나드는 보안 비용, 소송 비용, 평판 훼손, 정서적 피해 등에 대한 배상을 청구할 예정이며 구체적인 금액은 명시하지 않았다.

로키타 장관이 90일 동안 버나드의 주장을 조사하거나 합의하지 않으면 버나드는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인디애나대 법학대학장을 지낸 로런 로벨은 로키타 장관이 "전국에 방영되는 TV에서 발언의 진실성을 충분히 확인하지 않은 채 선동적인 발언을 했다"며 주 대법원의 징계위원회에 그를 조사하라는 민원을 제기했다.

그는 WP에 버나드를 개인적으로 알지 못한다면서 "법무장관의 업무는 시민을 보호하는 것이지 TV에서 증거 없이 시민을 공격하는 게 아니다. 우리 법조계가 그런 행동을 보고도 비판하지 않으면 스스로 기준을 낮추는 꼴"이라고 말했다.

이번 논란은 버나드가 지역 언론에 오하이오주에서 온 10살 성폭행 피해자의 낙태 시술을 했다고 밝히면서 불거졌다.

오하이오주는 산모의 생명이 위험할 경우를 제외하고는 낙태를 금지하고 있어 피해자가 낙태 시술이 가능한 인디애나주까지 이동한 것이다.

공화당 등 일각에서는 소녀의 신원이나 강간범 검거 등의 내용이 알려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가짜 뉴스'라는 주장이 나왔지만, 이후 범인이 검거되고 성폭행 혐의로 기소되면서 사실로 밝혀졌다.

법무장관실은 로키타 장관이 소송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켈리 스티븐슨 공보관은 WP에 "로키타 장관의 역사적인 노력 덕분에 인디애나주는 태어나지 않은 생명과 여성의 보호자로서 명성을 떨치고 있다"며 "우리는 근거 없는 주장을 반박할 것"이라고 말했다.

bluekey@yna.co.kr